독일 가톨릭은 구조조정 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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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독일 가톨릭 교회가 군살빼기에 나섰다. 교회세를 내지 않기 위해 교회에서 탈퇴하는 신자들이 급증해 심각한 재정난에 빠졌기 때문이다. 독일 가톨릭 교회는 신자들이 내는 교회세(소득세의 8~9%)로 살림을 꾸려간다.

시사주간 슈피겔은 "가톨릭 교회의 올해 수입이 예년에 비해 8% 정도 줄었고 내년에는 1.5~3% 더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dpa 통신에 따르면 독일의 27개 가톨릭 교구는 내년에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나설 계획이다. 인력 감원, 임금삭감, 신규 건축사업 중단 등이다. 행정조직도 크게 줄이고 비슷한 지역의 교회는 통폐합하기로 했다. 교회의 주된 구제활동이던 교육사업과 사회복지사업도 꼭 필요하지 않으면 중단하기로 했다. 서독지역 가톨릭교회에 재정을 크게 의지하고 있는 동독 지역 교회는 내년부터 예산을 10% 이상 줄이기로 했다.

특히 베를린.아헨.함부르크 등 대도시 지역의 가톨릭 교구는 혹독한 구조조정 대상이다. 아헨교구의 경우 성직자와 직원들의 임금을 17% 삭감한다. 에센교구는 내년부터 은행에서 돈을 빌려 살림을 꾸려 나가야 할 형편이다. 밤베르크에서는 대주교를 보좌하는 신부 양성 교육과정을 아예 폐지하기로 했다.

뮌헨 일부 지역에서는 미사 횟수를 줄이는 것도 고려 중이다. 그러나 교회 관계자들은 "예산 부족을 이유로 성직자 양성과정까지 칼을 들이대는 것은 잘못된 징조"라면서 "성직자 부족사태가 더 심각해 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베를린=유권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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