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컴 파산 불가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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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미국 2위의 장거리 전화회사 월드컴의 존 시즈모어(사진) 사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법정관리 신청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달 말 최소 38억달러의 회계부정을 저질렀다고 회사 관계자가 실토한 뒤 돈줄이 거의 말라버렸기 때문이다.

월드컴의 자산은 지난 3월 말 현재 1천38억달러(약 1백24조원)에 달해 만약 도산할 경우 미국 기업 사상 최대 규모의 파산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월드컴은 총 3백억달러의 빚을 지고 있다.

이전 최고 기록은 지난해 12월 파산한 에너지 거래기업 엔론으로, 파산 당시 자산은 6백34억달러였다.

시즈모어 사장은 12일 월스트리트 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채권단과 장시간 협상했지만 아직 결론을 내지 못했다"며 "현재 검토 중인 네가지 안 가운데 최소한 두가지는 법정관리 신청을 전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거래처로부터 되도록 빨리 대금을 결제해 달라는 압력을 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이 회사는 자회사인 MCI 주주들에게 주당 60센트, 총 7천2백만달러의 배당금을 주려던 계획을 취소했다. 시즈모어 사장은 "현재 상황으로는 불가피했다"고 설명했다. 불과 열흘 전만 해도 "배당금을 예정대로 지급하겠다"고 밝혔던 것을 감안하면 월드컴의 자금사정이 예상보다 빠르게 악화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런 상태라면 월드컴이 오는 15일 내야 할 채권 이자 8천만달러를 감당하기 힘들 수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회사 측은 3주 내에 법정관리를 신청하든지 자구책을 마련하든지 결론을 낼 것이라고 밝혔다. 월드컴은 경비 절감을 위해 전체 8만명의 직원 가운데 1만7천명을 정리하는 작업을 하고 있는데 "필요할 경우 추가 감원도 있을 수 있다"고 시즈모어 사장은 말했다. 월드컴은 또 현금을 조달하기 위해 사업부문을 쪼개 팔 계획도 갖고 있다.

한편 이 회사의 주가는 11일 나스닥 시장에서 전날보다 20%나 폭락한 16센트로 마감했다.

주정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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