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라코스테 새 수석 디자이너 크리스토프 르메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51면

'변신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게 요즘 유명 패션 브랜드들의 화두다. 전통은 소비자들에게 신뢰감을 주는 요소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발목을 잡는 걸림돌이기 때문이다.

루이뷔통·구찌 등은 일찌감치 이런 사실을 깨닫고 마크 제이콥스나 톰 포드같은 감각적인 젊은 디자이너를 영입해 변신에 성공했다. 악어 마크로 유명한 프랑스의 캐주얼 브랜드 라코스테도 최근 이 대열에 합류했다. 차세대 유망주 크리스토프 르메르(38·사진)를 수석 디자이너로 영입해 브랜드 이미지 업그레이드 작업에 나선 것.

라코스테의 미래를 책임진 르메르를 2003년 춘하 파리 남성복 컬렉션의 라코스테 패션쇼가 열린 다음날인 2일 파리 라코스테 본사에서 만났다.

라코스테가 워낙 스포츠웨어의 이미지가 강해 르메르 본인의 우아한 스타일과 결합하기 어렵지 않으냐는 질문에 르메르는 "오히려 실용성을 중시하는 라코스테의 이미지와 내 스타일이 잘 맞아떨어진다"면서 "편안한 우아함(relaxed elegance)을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르메르는 디자이너로서 작품을 만들어내는 것과 매출을 올리는 것은 별개라는 사실을 잘 아는 듯 "중년의 기존 라코스테 열성팬들을 놓치지 않으면서 새로운 젊은 소비자에게 다가서려면 모든 면에 있어 혁명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면서 "(나를 영입한 시도가)라코스테로서는 큰 도전"이라고 말했다.

르메르는 이번 파리 컬렉션에서 영화 '태양은 가득히'에서 영감을 받은 남녀 크루즈 의상을 선보였다. 흰색을 주조로 하면서 파격적인 컬러풀한 의상도 함께 배치해 주목받았다. 특히 두꺼운 줄무늬 벨트와 스니커즈 등 함께 선보인 액세서리들은 젊은이들의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르메르는 "패션감각이 뛰어나기로 유명한 영화배우 기네스 펠트로가 근작 '로열 태넨바움'에서 라코스테 원피스를 입었다"면서 "라코스테의 변신이 어느 정도 성공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르메르는 티에리 뮈글러와 마셀 클랑·크리스천 라크르와 등 유명 디자이너 브랜드의 디자이너로 활약하다 1990년 자신의 이름을 딴 여성복 라인을 발표하며 주목받기 시작했다.

파리=안혜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