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 하나 두고 교육이 갈라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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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과학기술부가 전국 초6, 중3, 고2 학생 193만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0년 학업성취도 평가’ 첫날인 13일 전국에서 433명이 시험을 거부한 것으로 집계됐다.

시험 거부 학생 수는 지난해(82명)에 비해 다섯 배가량, 전국 수준 평가가 처음 실시된 2008년(188명)보다는 배 이상 많은 것이다. 특히 친전교조 성향 교육감이 있는 전북(172명)과 강원(140명)이 전체 시험 거부자의 72%(312명)나 됐다. 이어 서울(27명)· 충남(25명)·경남(20명) 순이었다. 시험을 치르지 않은 학생들은 대부분 체험학습에 참여하거나 교내에서 대체수업을 받았다. 김승환 전북교육감과 민병희 강원교육감 등 친전교조 성향 교육감들이 “시험 선택권이 중요하다”며 강하게 반발하면서 예상됐던 대규모 시험 거부 사태는 빚어지지 않았다. 친전교조 성향 교육감의 주장에 학생과 학부모 대부분이 등을 돌린 셈이다.

그러나 전북과 강원 등 일부 지역에서는 혼선이 빚어졌다. 시험 거부 학생을 결석이나 결과 처리하라는 교과부의 방침에 따를 것인지 여부를 놓고 해당 교육청이 시험 당일까지 오락가락해 교장·교사·학생들이 헷갈려 한 것이다. 강원도의 한 여고에서는 벽을 하나 사이에 두고 시험을 치르는 학생과 대체수업을 받는 학생이 나누어지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전주의 한 교사는 “시험 미응시자에 대한 결석 처리 여부가 명확지 않아 혼란스럽다”고 말했다. 교과부 양성광 교육정보정책관은 “체험학습을 유도하는 등 지침을 위반한 교사나 교장이 있는지를 추가로 파악할 것”이라며 “시험을 치르지 않은 학생은 결석·결과 처리가 원칙”이라고 말했다.

김성탁·김민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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