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송금 늦추고 해외선 카드사용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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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원-달러 환율이 급락(원화가치는 급등)하면서 국민들의 경제생활에도 적잖은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수출·수입을 하는 기업들은 물론이고 유학생 자녀에게 학비를 보내야 하는 일반인들에 이르기까지 환율 변동은 곧 '돈'의 증감을 의미한다. 일단 똑같은 원화로 바꿔 손에 쥘 수 있는 달러화가 많아진다는 점에서 달러를 사야 하는 사람들에겐 큰 이득이다. 3개월 전만 해도 1천달러를 사려면 1백33만원이 필요했지만, 지금은 1백19만원이면 된다. 하지만 달러화를 갖고 원화로 바꿔야 하는 사람들은 가만히 앉아 손해를 보게 생겼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환전을 하는 시점이다. 달러를 사야 하는 사람은 가급적 늦게, 팔아야 하는 사람은 최대한 빨리 하는 게 유리하다.

전문가들은 최근 환율이 단기 급락한 만큼 어느 정도 반등도 예상되지만, 부진한 미국 경제상황을 감안할 때 달러약세의 큰 흐름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내다본다. 환율 하락기의 환(換)테크 요령을 알아본다.

◇해외에선 신용카드를=해외 여행을 갈 때는 가급적 신용카드를 쓰는 게 좋다. 해외에서 사용한 카드 대금은 한달 정도 지난 뒤 결제시점의 환율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예컨대 1천달러를 카드로 썼는 데, 한달 뒤 환율이 5% 떨어진다면 약 6만원을 아낄 수 있다. 여행에서 돌아온 뒤 남은 달러가 있다면 바로 원화로 바꾸는 게 좋다.

해외로 돈을 보낼 일이 있는 사람은 가급적 늦게 해야 한다. 유학생 부모의 경우 등록금 등 당장 지급할 돈을 먼저 송금한 뒤 생활비 등은 조금씩 나눠 보내면 유리하다. 별 생각없이 장롱에 외화를 보관하는 사람이 있다면 바로 원화로 바꾸는 게 좋다.

그러나 쓸 계획이 있는 돈이라면 이자를 받을 수 있는 은행 외화예금에 넣어두는 게 바람직하다. 외화예금에 넣어뒀다가 환율이 떨어져 손해를 보면 일정액을 보상해주는 환차손 보상예금도 있다.

◇기업들의 외환관리=기본적으로 수입대금 결제는 최대한 늦추고 수출 결제자금은 앞당겨 받으려 애써야 한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충분한 위험관리가 안되기 때문에 파생금융상품을 잘 활용해야 한다.

대표적인 파생상품인 달러 선물·옵션을 거래하면 나중에 환율이 얼마가 되더라도 미리 정해놓은 가격으로 달러를 사고 팔 수 있다. 달러 선물·옵션은 선물거래소에 상장돼 있으며 증권회사나 선물회사를 통해 거래하면 된다.

이밖에 미리 거래은행과 얼마에 외화를 매매하겠다고 약속하는 선물환 계약이나 환율 변동의 위험을 수출보험공사가 떠안는 환율 변동보험도 활용할 만하다. 외화를 그대로 보유할 기업들은 달러의 일부를 엔화나 유로화로 바꿔 외환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두는 것도 방법이다.

◇물가안정 기대=굳이 달러를 사용하지 않는 사람들에게도 환율하락은 많은 영향을 미친다. 해외에서 수입해 오는 물건이나 수입 원자재가 들어가는 제품들은 가격이 떨어지게 된다. 예컨대 차를 굴리는 사람들은 기름값 부담을 덜 수 있을 전망이다.

기업들은 명암이 엇갈린다. 해외부채가 많은 기업은 가만히 앉아 빚이 줄어드는 효과를 보게 되는 반면 해외자산을 갖고 있는 기업들은 손해를 보게 된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우리 경제의 개방도가 높아지면서 환율 변화의 여파가 국민 생활 구석구석에 미치고 있다"며 "기업들은 생산성 향상과 품질개선으로 환율 쇼크를 극복하려는 노력을 더욱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주정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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