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컴 결국 부도 42억弗 못갚아… 주주들 집단 소송 나서 美 2위 제약사 '머크'도 회계부정 의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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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대규모 회계부정을 저질렀다고 실토한 미국 2위의 장거리 전화회사 월드컴이 1일 42억달러의 은행 대출금을 갚지 못해 부도를 냈다. 미국 2위의 제약회사인 머크도 회계부정 의혹이 제기되며 집단소송에 휘말렸다.

월드컴은 일부 채권단이 당장 빚을 갚으라고 요구해 왔지만 자금이 부족해 응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 회사가 법정관리 신청을 준비하기 위해 전담 법률회사를 지정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이날 월드컴의 주가는 나스닥시장에서 93%나 폭락한 6센트에 마감했다. 나스닥시장은 오는 5일 이 회사 주식을 상장폐지할 계획이다.월드컴의 주주들은 회사측의 장부조작으로 큰 손해를 봤다며 본사가 있는 미시시피주 연방법원에 집단 소송을 제기했다.

회사측은 내부 감사위원회가 1999년 이후 회계장부에 대해 전면 재검토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당초 이 회사는 2001년 이후 38억달러의 이익을 부풀렸다고 시인했지만 그 이전에도 장부조작이 있었을 것이란 의혹이 제기된 데 따른 것이다. WSJ는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최소 10억달러의 부정이 추가로 드러날 것이라고 전했다.

이와 관련,미 증권거래위원회(SEC)는 회사측이 회계부정을 찾아내는 데 매우 미온적이며 SEC의 조사에도 충분히 협조하지 않고 있다고 비난했다.

한편 머크의 소액주주들은 머크와 계열사인 머크-메드코 매니지드 케어가 처방약제 거래를 중복해 매출로 잡는 수법으로 지난해에만 46억달러의 매출을 부풀렸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1일 보도했다.

이에 대해 머크의 대변인은 "두 회사의 매출 중복 계상은 미 기업회계법에 어긋나지 않으며, 회계법인인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도 문제없다고 했다"고 주장했다. 또 매출 이중 계상에도 불구하고 머크의 순익은 변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머크는 지난해 4백77억달러 매출에 73억달러의 순익을 올렸다고 밝혔었다.이 회사는 지난 31년간 회계 감사를 엔론 회계부정 스캔들에 연루된 아서 앤더슨에 맡겼다가 지난 2월 PwC로 교체했다.

정재홍·주정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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