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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서해도발] '꽃게철 단순 침범'간과 하다 허찔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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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이번의 남북 해군 교전과 1999년 연평해전은 꽃게조업 성수기인 6월에 일어났다는 공통점 외에는 상당한 차이점이 있다.

우선 연평해전은 상당기간의 대치상황 끝에 교전이 이뤄졌으나, 이번은 북한 해군의 기습적 선제공격으로 교전이 시작된 점이 사뭇 다르다.

연평해전의 경우 북한 해군은 99년 6월 6일부터 9일간 NLL 인근 해상에서 무력시위를 벌이며 우리 해군과 밀고 당기는 힘겨루기를 하다 공격을 개시했다.

남북 해군 대치상황이 이어지던 그해 6월 15일 북한 어선 20척이 NLL을 월선한 뒤 곧이어 북한 경비정 4척이 뒤따라 남하, 우리 해군 고속정이 북한 경비정을 '충돌 밀어내기'로 북상시키자 북측이 25㎜ 기관포를 이용해 선제사격을 한 것이다.

그러나 이번 교전의 경우는 사전 징후가 전혀 없는 상황에서 평화적으로 퇴각을 요청하던 우리 해군 고속정에 느닷없이 선제공격을 가했다.

따라서 '준비된 교전'인 연평해전과 달리 이번 교전에서는 우리 해군의 피해가 엄청나게 클 수밖에 없었다.

연평해전 당시에는 북측에서 어뢰정 1정이 격침되고 경비정 5척이 대파되는 등의 타격을 입어 최소 10여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됐으나, 우리측은 초계함 1척과 고속정 4척이 일부 파손되고 7명이 경상을 입는 수준에 그쳤다.

이처럼 연평해전 때는 북측의 피해가 엄청나자 교전이 단 5분 만에 끝나고 말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선제공격을 받는 바람에 우리 해군 4명이 전사하고 고속정이 침몰하는 등의 큰 피해를 보았으나, 북측은 경비정 1척이 화염에 휩싸여 북측으로 되돌아 갔을 뿐이다.

게다가 북한 경비정은 이번 교전에서 가장 화력이 강력한 85㎜포를 이용해 고속정을 조정하는 조타실에 공격을 가하는 바람에 인명피해가 심했다.

우리 해군이 북한 경비정의 기습공격을 예상치 못했던 것은 올 들어 북한 경비정이 11차례에 걸쳐 NLL을 침범했으나, 우리 고속정이 출동하면 곧바로 되돌아가는 등 특이한 군사적 동향이 전혀 없어 이번에도 NLL 침범 사례를 심각하게 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한 연평해전은 북한 경비정이 꽃게잡이 어선과 함께 NLL을 침범했다가 교전이 빚어졌으나, 이번에는 어선의 NLL 월선행위가 전혀 없었는데도 단독 침범해 빚어졌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군 관계자는 "연평해전은 북한 당국의 주요 외화벌이 수단인 꽃게조업과 관련해 벌어졌으나 이번 북한 경비정의 선제공격은 북한 군부의 정치적 의도를 배경으로 한 군사행동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철희·고수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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