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축구 도약의 계기삼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한국 축구가 터키에 아깝게 패했지만 세계 4강에 진출한 2002 한·일 월드컵 대회가 오늘 요코하마의 브라질-독일 간 결승전을 끝으로 막을 내린다. 세계 정상급 기량과 체력, 불굴의 투혼으로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두고 한달간 온 국민을 열광케 한 태극 전사들과 붉은 악마 응원단에 다시 한번 박수를 보낸다.

한국은 대회 출전 48년 만에 1승, 16강이라는 목표를 훌쩍 넘어 4위를 차지했으니 세계가 깜짝 놀란 것도 무리가 아니다. 이제 남은 과제는 수성(守成)이다. 유럽·남미·아프리카의 즐비한 강호들 속에서 우리가 계속 정상에서 살아 남기란 쉽지 않다. 또 이번 성적이 결코 개최국의 행운이나 우연이 아니었음을 보여줄 필요도 있다.

이를 위해서는 한국 축구의 바탕인 국내 프로리그의 활성화가 가장 시급하다. 출범 20년이나 됐는데도 10개 구단에 1년 관중 2백여만명에 불과한 현재 규모나 경기 방식으로는 안된다.

승리에만 집착해 관중을 외면하는 구단 운영 방식은 축구 발전의 가장 큰 적이다. 월드컵 개최를 계기로 전용구장 등 인프라가 발전한 만큼 경기력도 향상되도록 축구인들이 지혜를 모을 때다. 또 축구 꿈나무 육성과 유능한 축구 지도자 발굴로 히딩크 이후에 대비하는 일도 중요하다.

7백여만명이 거리 응원에 나선 월드컵 열기가 일과성에 그치지 않고 축구 사랑으로 이어지도록 해야 한다. 이는 오로지 정부와 축구협회·축구인들의 몫이다. 4년 뒤 독일 월드컵에서도 온 국민이 열광할 수 있도록 지금부터 준비하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