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아태재단 수상한 거래 : 5,000만원 왜 줬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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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국가정보원 돈 5천만원이 김홍업(사진)씨를 통해 아태평화재단에 흘러들어갔음이 확인되면서 두 기관의 관계가 궁금증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왜 돈 거래가 있었을까, 5천만원이 전부일까 등이다.

아태재단 부이사장인 김홍업씨는 국정원에서 받은 돈을 "남북 경제교류 사업 관련 보고서 용역 대가"라고 말하고 있다.

재단이 현대전자·하나로통신 등 기업체의 용역을 받아 관련 보고서를 만들던 2000년 2월 국정원 측이 연구 용역에 참가하겠다는 뜻을 밝히며 홍업씨에게 1백만원권 수표로 5천만원을 줬고, 5월께 이 보고서를 국정원장에게 전달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이 수표들은 아태재단에 바로 입금되지 않고 11개월 뒤 홍업씨와 돈 거래가 있던 평창종건의 계좌로 입금됐다.

대신 홍업씨가 자신의 현금으로 재단 계좌에 대금을 입금시켰다. "국정원 돈이 입금되면 오해를 살 것 같아 그랬다"는 것이 홍업씨의 해명이다.

홍업씨 측은 "당시 국정원 측이 '우리가 남북 경제교류 사업 연구에 돈을 대고 있다는 것을 비밀로 하고 싶다'고 해 홍업씨가 개인 돈으로 바꿔 재단에 입금했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정상적인 연구 용역비라면 굳이 그런 오해를 걱정할 이유가 있었을까 하는 의문이 남는다.

또 대통령이 이사장인 아태재단이 국가 핵심기관인 국정원에 민간기업용 연구보고서를 제공하는 대가로 거액을 받았다는 것도 선뜻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때문에 검찰에서 5천만원 가량의 국정원 자금이 추적된 것을 파악한 홍업씨와 국정원 측이 '연구 용역비'로 입을 맞췄을 가능성도 일각에선 제기한다. 특히 당시는 4·13 총선을 두달 앞두고 있던 때다.

홍업씨가 받은 돈이 연구 용역비가 아닌 총선지원자금이었을 수 있다는 추측도 나올 수 있는 시점이다. 국정원(옛 안기부)의 정치자금 지원은 구 여권에선 사실상 알려진 비밀이었다.

이런 맥락에서 김병호 전 아태재단 행정실장이 지난달 검찰 출두 직전에 폐기했던 '국정원 5억원쯤'이라고 쓰인 메모도 의혹을 사고 있다.

이 역시 아태재단에 지원된 국정원 자금을 암시하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검찰의 분명한 수사결과가 나오지 않는다면 앞으로도 계속 의문이 남게 될 석연찮은 대목이다.

한편 아태재단의 연구 용역과 관련, 현대전자 관계자는 "하나로통신을 창구로 현대전자와 하나로통신이 아태재단에 용역을 줬다"며 "재단 쪽에서 3억원을 요구했으며 현대전자가 1억5천만원, 하나로통신이 1억원을 지급했다"고 말했다.

이상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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