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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쇠 체력'한국축구팀 독일전 때 뭘 먹었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9면

'도대체 뭘 먹였기에 저렇게 지칠 줄 모르고 뛸까?'

한국 대표팀의 월드컵 축구경기를 보며 응원하는 4천7백만 '붉은 악마'의 공통된 궁금증이다. 지난 18일 이탈리아와 1백18분, 나흘 뒤 스페인과는 연장전에서도 승부를 못내 페널티킥까지, 다시 이틀 쉬고 독일과 한판. 한국의 붉은 전사들은 매번 피로가 채 가시기 전에 경기에 나서지만 모두 탄탄한 체력으로 상대팀을 혼쭐 내곤 했다.

독일전이 열린 지난 25일 히딩크 감독을 비롯한 한국 축구대표팀의 아침 식탁에 오른 메뉴는 영양밥에 국. 반찬은 김치·깍뚜기 등 일반 가정의 식탁과 다를 것이 없었다.

광주에서 스페인전을 마치고 서울로 올라와 독일전을 치르며 선수단이 묵었던 곳은 강남구 역삼동 르네상스서울 호텔. 이 호텔 수석조리장으로 우리 선수들의 먹거리를 책임졌던 김영래(46)씨는 "선수단의 영양사와 상의해 소진된 체력을 최대한 빠르게 회복시켜 줄 수 있는 영양식으로 메뉴를 정했다"고 했다. 그는 "일반인이 생각하는 것처럼 기상천외한 특별식이 있는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식단을 짤 때 기름기가 많은 고기류는 잔뜩 긴장해 있는 선수들에게 소화장애를 일으키거나 민첩성에 방해를 줄 수 있어 삼갔고, 대신 살아있는 바닷가재나 장어 등 신선한 해산물 요리를 내놨다. 또 뼈를 튼튼하게 해주는 쇠꼬리찜과 영양 만점에 소화도 잘 되는 메로구이를 제공했다고. 히딩크 감독은 한식·양식을 가리지 않고 잘 먹지만 특별히 그가 좋아하는 토마토소스 스파게티나 계란 프라이는 늘 따로 준비해 서비스했다고 한다.

金조리장은 "예부터 쇠꼬리탕은 여자들의 산후 몸보신용이나 몸이 허약해 빈혈증이 있는 사람들에게 보양식으로 먹였다"며 "이를 선수들의 입맛에 맞게 다양한 재료로 독특한 방법의 쇠꼬리찜을 만들어 스태미나식으로 냈다"고 말했다.

다음은 金조리장이 공개한, 독일전이 벌어진 25일 우리 선수단이 하루 동안 먹은 식단이다.

◇아침은 든든하게=경기 시간을 고려해 오전 9시부터 10시까지로 식사 시간을 다소 늦추고 기본적으로 아메리칸 모닝 뷔페로 준비했다. 특별 포인트로 우리네 일반 가정에서 먹는 스타일을 가미했다. 어머니나 아내의 손맛을 느끼게 하는 콩나물 북어국과 쇠고기 양지머리·야채를 넣어 끓인 우거지갈비탕을 내놔 원하는 대로 골라, 든든하게 속을 채우도록 했다. 밥은 영양밥. 밑반찬으로 계란 프라이·오믈렛·한약재 배추김치도 준비했다.

◇점심은 부담없게=오후 1시30분부터 1시간 동안 먹은 점심 식탁의 주메뉴는 고단백 영양식으로 구성했다. 소화 부담이 높은 쇠고기나 돼지고기 요리는 준비하지 않았다. 데리야키 소스를 발라구운 장어에 훈제연어·초밥·조기 구이·탕수새우·관자살꼬치 등 해산물 요리가 주류. 요즘 젊은층에게 인기있는 안동찜닭도 토종닭을 활용해 만들어 내놨다. 디저트 코너엔 수박·멜론·포도·배·파파야 등 과일과 식혜·오미자 냉차 등을 놓아 골라 먹고 마시도록 했다.

◇저녁 대신 새참으로=경기를 하기 전에 과다한 식사는 금물. 저녁식사를 대신해 오후 5시30분부터 새참시간을 마련했다. 메뉴는 탄수화물 중심의 햄&치즈 샌드위치·해물스파게티·온면 등 세가지. 참을 먹은 뒤 상암경기장으로 떠나는 선수들에게 영양 가득한 미숫가루 음료를 한통씩 만들어줘 경기가 끝낼 때까지 허기를 달래면서 스테미너를 유지할 수 있도록 했다.

◇경기를 마치고 양껏=경기를 마치고 오후 11시30분부터 시작된 저녁식사는 다음날까지 이어졌는데 식탁엔 쇠꼬리찜·쇠갈비구이·양갈비구이·깐소새우·탕수육 등 경기를 앞두고 볼 수 없었던 고기 요리가 중심이 됐다. 특히 쇠꼬리찜과 쇠갈비찜에는 홍삼 등 한약재를 넣어 선수들이 지친 몸을 빨리 추스르도록 했다.

유지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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