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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아시아의 마음을 얻었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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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한국은 아시아의 마음을 얻었다."

유럽 언론들이 한국 축구에 내린 진단이다. 비록 결승 문턱에서 한국팀은 멈췄지만, 축구 속에서 국민을 하나로, 아시아를 하나로 묶는 쾌거를 일궈냈다는 것이다. 유럽팀들이 제기한 '음모론'은 '인종주의적·차별주의적 발상에서 나온 음모'라는 신랄한 비판도 나왔다. 한국의 응원문화에 대한 상찬은 이제 '따라 배우자'는 목소리로 변했다.

◇"아시아는 승리했다"=프랑스의 일간 르몽드는 26일 '한국은 패했지만 아시아는 승리했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한국에서 타전된 축구 기적은 아시아 전체에 대한 자부심으로의 '의미론적 변화'를 보였다"고 분석했다. 한국의 4강 진입 후 아시아 언론들과 축구팬들은 '한국 4강 진입=아시아 국가의 승리'라고 해석하는 뚜렷한 경향을 보였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일간 리베라시옹도 '한국은 아시아의 마음을 얻었다'라는 제목의 특파원발 기사에서 "홍콩에서 온 한 관광객이 '필승 코리아, 필승 홍콩, 필승 아시아'를 외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고 전하면서 "한국이 결승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아시아의 마음을 얻는데는 성공했다"고 분석했다.

◇"응원문화 배우자"=독일 스포츠 전문지 키커의 라이너 홀츠슈 편집장은 26일자 칼럼에서 '상대팀을 존중하고, 패배해도 공정함을 잃지 않는 한국 관중들의 응원문화는 유럽인들이 꼭 배워야 할 매너'라고 격찬했다.

한국에서 월드컵을 취재한 홀츠슈 편집장은 "한국 관중들은 상대팀 국가가 연주될 때 야유를 퍼붓지 않았으며, 한국팀을 물리친 독일팀에게 박수를 보내는 것도 잊지 않았다"며 "가슴 뭉클한 장면이었다"고 회고했다.

◇"한국 국민은 쉴 자격 있다"=열광적인 응원을 펼친 한국 국민은 하루의 특별 휴가를 얻을 자격이 있다고 독일 일간지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이 26일 지적했다. 한국 정부가 7월 1일을 임시 공휴일로 지정한 것은 국민이 보여준 감동적인 응원에 대한 당연한 보상이라는 평가다.

이 신문은 "지난 한달간 '붉은 바다'로 뒤덮인 한국은 이제 경제에서도 그 붉은 바다 만큼 붉은, 장밋빛 미래를 맞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음모론은 음모"=홍콩 영자지 사우스 차이나 모닝 포스트(SCMP)는 27일 "이탈리아·스페인·잉글랜드 등 유럽팀의 감독·선수들이 경기가 끝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증거도 제시하지 않은 채 일제히 편파 판정을 주장하거나 심지어 음모론까지 제기한 것은 인종주의·차별주의적 행태"라고 비판하고 "이는 한국팀을 흔들기 위한 음모였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이어 "유럽팀들이 '음모가 있다'고 주장하고 나선 것은 변방팀으로 간주됐던 아시아 팀(한국)에게 유럽의 3대 엘리트팀들이 모두 뒷덜미를 잡혔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싫었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한·일 월드컵의 스타는 '팀'"=영국 일간 가디언은 26일 "한·일 월드컵도 여느 대회와 마찬가지로 스타들의 무대가 될 것으로 예상됐었다"며 "그러나 이번 대회의 진짜 스타는 개인이 아니라 팀으로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특히 한국팀을 예로 들면서 "한국팀은 개개인이 아니라 팀 전체가 '집을 침범당한 병정개미떼'처럼 상대방에게 몰려드는 파괴적인 플레이를 선보임으로써 이번 대회의 진정한 스타로 떠올랐다"고 평가했다.

특파원·외신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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