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준결승 불패' 신화 이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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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바늘 끝만큼의 차이가 승부를 갈랐다.

48년 만에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아 사상 첫 4강에 오른 터키가 월드컵 준결승 6연승을 노리는 브라질의 벽을 넘기에는 벅찼다. 터키는 불굴의 정신력으로 브라질에 맞섰으나 부담감 때문인지 자신들의 플레이를 펼치지 못했다.

브라질은 이날따라 지독히도 골운이 없었지만 '수퍼 스타' 호나우두의 한 방으로 승리를 낚았다. 전반 스코어는 0-0. 브라질이 두 골 정도 앞서고 마쳤어야 정상적인 흐름이었다. 그러나 터키는 골키퍼 뤼슈튀의 온 몸을 던지는 방어로 골문을 내주지 않았다.

선제 펀치는 터키가 먼저 날렸다. 전반 19분 파티의 오른쪽 크로스를 알파이가 머리로 살짝 방향을 바꿔 왼쪽 골문을 노렸지만 볼은 골키퍼 마르쿠스의 손끝을 맞고 아웃됐다.

호베르투 카를루스의 왼쪽 돌파에만 의존하던 브라질이 '전공'인 중앙 돌파를 시도하면서 흐름은 브라질로 넘어왔다. 전반 20분 히바우두-호나우두로 이어진 볼을 받아 카푸가 페널티지역 오른쪽을 파고들며 날린 슛이 골키퍼의 선방에 걸렸다. 22분에는 아크 왼쪽에서 주춤주춤 드리블하던 히바우두가 기습 왼발슛을 때렸다. 골키퍼를 맞고 나온 볼이 이번에는 호나우두의 발에 걸렸지만 이마저 골키퍼가 몸을 날리며 쳐냈다.

전반 33분과 35분 히바우두가 아크 정면에서 두차례 중거리포를 쏘았지만 한 번은 골키퍼 선방, 한 번은 골대를 살짝 빗나갔다.

후반 4분 결승골이 터졌다. 브라질 골키퍼 마르쿠스가 왼쪽으로 길게 던져준 볼을 잡은 지우베르투가 왼쪽 터치 라인을 따라 들어가다가 호나우두에게 연결했다. 호나우두는 터키 수비수 세 명에 둘러싸인 상태에서 주춤주춤 페널티지역 왼쪽을 파고들어가다 오른발로 공을 툭 찍어찼다. 누구도 슈팅을 예상하지 못한 상황.볼은 다이빙한 골키퍼의 손을 맞고 오른쪽 골네트에 감겨들었다. '황제'만이 할 수 있는 슈팅이었다.

터키는 후반 15분, 8강전 골든골의 주인공 일한을 투입해 승부를 걸었다. 후반 35분 하산의 긴 크로스를 받은 하칸쉬퀴르가 회심의 발리슛을 날렸으나 골키퍼 마르쿠스에게 걸렸다.

후반 40분이 지나면서 브라질의 전매 특허인 '마리시아'가 시작됐다. 마리시아는 교활함·능글맞음을 뜻하는 포르투갈어. 데니우손은 사이드 라인과 코너 부근에서 무려 네 명의 수비수를 끌고다니며 시간을 끌었다. 5분을 버티는 건 브라질에 일도 아니었다. 드디어 주심의 휘슬이 울렸다. 8강전에서 레드 카드를 받아 벤치를 지킨 호나우디뉴가 가장 크게 웃으며 그라운드로 달려나왔다.

6월 26일. 유난히 '6'자와 인연이 많은 날이었다. 호나우두는 여섯 명째 이어지고 있는 '6골 득점왕'의 반열에 들어섰고, 히바우두는 6경기 연속골 달성에 실패했다. 브라질은 월드컵 준결승 6연승을 달성했다.

사이타마=정영재·정현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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