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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축구와 닮은 中외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3면

"첫 출전치고는 괜찮은 성과다."

"브라질에 지긴 했지만 후반전은 훌륭했다."

월드컵에서 빈손으로 돌아온 자국 대표팀에 대한 중국 관영 언론들의 평가다. 상당히 우호적이다. 심지어 "우리는 영원히 중국팀을 지지한다"는 다소 엉뚱한 수사도 등장했다.

그러나 홍콩 '비관영 언론'들의 평가는 사뭇 다르다. 이들은 "중국 축구가 월드컵에서 맥을 못 춘 이유가 뭘까"를 따져 묻고 있다. 홍콩 언론들은 월드컵 참패의 원인을 외부와의 교류가 없는 중국 축구의 '자기만족적인 구조'에서 찾는다. '우물 안'에서 탄생한 '작은 영웅'에게 천문학적인 몸값이 지불되는 것도 이런 폐쇄적인 구조 탓이라는 진단이다.

베이징(北京)시 택시기사들의 평가는 한층 신랄하다. "중국 축구는 힘과 투지가 없다. 돈 생각 때문에 몸을 사리는데 무슨 좋은 결과가 있겠나"라며 분통을 터뜨린다.

겉모습만 보면 중국 축구는 역동적이다. 춘추전국시대를 연상시킬 만큼 지역간 경쟁도 뜨겁다. 그러나 '밖을 보는 지혜'는 모자란다는 게 홍콩 언론들의 지적이다.

요즘 중국 외교는 중국 축구와 닮은 꼴이다. "외교력 하나는 정상급"이라는 평을 들어온 중국답지 않게 최근 들어 모양새를 구기는 일이 잦아졌다.

사례를 보자. 지난해 미국 정찰기-중국 전투기 충돌사건 당시 중국은 "알맹이는 없이 몸짓만 컸다"는 비난을 받았다. 안으로 민족주의를 북돋운 것까지는 좋았는데, 여기에 정부까지 휩쓸려버린 나머지 정작 미국과의 협상에서는 실리를 챙기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미국이라는 초(超)수퍼파워를 견제하기 위해 가동했던 이른바 다극(多極)체제 구상도 미국 덕을 보려는 러시아의 속셈을 간파하지 못해 '헛손질'이 돼버렸다는 비판도 나온다.

중국 외교의 난조는 지난 13일 베이징 주재 한국총영사관에서 벌어진 탈북자 강제연행과 한국외교관 폭행사건의 처리과정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중국 외교의 이런 무리수에서는 중화주의(中華主義)의 냄새마저 풍긴다. 글로벌 스탠더드를 무시한 채 "나만 옳다"는 식이다. 중국 외교가 축구처럼 '빈손'이 되지 않으려면 '밖을 살피는 지혜'부터 배워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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