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강神話 이젠 광주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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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감동과 환희가 이보다 더할 수 있을까. 둥근 축구공의 마술이 전국민을 열광케 했다. 극적으로 골네트를 출렁이게 한 안정환 선수의 골든골. 연장전 후반 12분 한국팀의 8강 진출이 확정되는 순간 관중석을 가득 메우고 있던 붉은 빛깔의 관중은 일제히 일어섰다. 곳곳에서는 울음소리가 들렸다.

"오~필승 코리아" "대~한민국"

한국 대표팀의 월드컵 8강 진출이라는 새로운 역사가 쓰인 대전 월드컵경기장은 무너질 듯한 함성으로 진동했다. 4만1천여 관중은 태극기를 흔들고 목이 터져라 "대~한민국"을 외치며 흥분의 도가니에 빠져들었다.

한국팀의 승리를 확정한 경기 종료 휘슬은 울렸지만 어느 누구도 자리를 떠나지 못했다. 서로 부둥켜안고 발을 굴렀으며 태극전사들의 승리에 하나가 됐다.

경기장에서 역사적인 순간을 직접 지켜본 孫병선(46·대전시 둔산동)씨는 "대전에서 기적이 일어났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대전 월드컵경기장에서 시작된 환희는 물결을 타듯 순식간에 한밭벌 전체로 퍼져나갔다. 시민들이 앞다퉈 거리로 쏟아져 나와 대전 시내는 일순간 축제의 열기에 휩싸였다. 붉은 악마를 비롯해 함께 어깨를 감싸고 손을 맞잡은 시민 5만여명은 "4강,4강"을 연호하며 도청 앞까지 1㎞ 구간을 행진했다. 대전역과 갤러리아 백화점 앞까지 중앙로의 차 없는 거리는 밤새 춤과 노래가 이어졌다.

서울지역 H화장품 회사 직원들은 온통 빨간색으로 도색한 그랜저 승용차 10여대를 몰고와 태극기를 흔들며 대전 시내를 누볐다.

길거리 응원에 나선 文은숙(21·여·한남대2년)씨는 "어려운 순간을 이겨내고 이룩한 오늘의 승리는 4천7백만 전국민의 승리"라고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했다. 대형 스크린 8개가 설치된 갑천 둔치에선 승리를 축하하는 1천5백여발의 축포가 20여분간 하늘을 수놓았으며 10만여 관중과 인근 아파트 단지에서 쏟아져 나온 주민들이 승리의 기쁨을 만끽했다.

金진동(34·회사원)씨는 "대한민국 국민이 너무 자랑스럽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서대전공원, 유성 스파피아호텔 앞 문화의 거리, 담배인삼공사 축구장, 연구단지 종합운동장과 한남대·목원대·충남대 등 대학 캠퍼스에서 길거리 응원을 펼친 시민 5만여명도 "스페인을 넘어, 가자 4강으로"를 외쳤다. 시민들의 환희와 감동은 한밭벌을 밤새 달궜고 대전 시민들은 4강 진출이라는 신화를 또다시 창조할 것을 믿으며 새 태양을 맞았다.

대전=조한필·김방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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