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하는 선물은 테니스공·접시… 백악관 대변인 수수한 결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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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결혼을 앞둔 미국의 예비 신랑·신부는 자신들이 받기를 원하는 결혼선물의 목록을 특정 백화점이나 유명 상점에 등록한다.

친지들은 이곳에서 선물을 살 때 점원에게 예비 신부의 이름을 대고 컴퓨터의 목록을 검색할 수 있다.

한 친지가 물건을 사면 컴퓨터에 표시가 돼 다른 하객은 이를 중복해 사는 것을 피할 수 있다. 낭비와 비효율을 줄이자는 미국식 실용주의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입이자 백악관의 얼굴인 애리 플라이셔 대변인도 41세 노총각을 면하는 결혼식을 앞두고 최근 선물목록을 등록했다. 다만 그는 웬만큼 지위가 있는 사람들이 즐겨 택하는 고급 백화점 니먼 마커스나 유명한 보석점 티파니 같은 곳은 피했다. 서민용 할인백화점 타겟(Target)을 비롯, 수수한 상점 몇 곳을 골랐다.

아침식사 시리얼용 접시, 테니스공, 오드리 헵번이 주연한 1954년 영화 '사브리나'의 DVD,컴퓨터 게임 프로그램, 두개의 손잡이가 달린 야외용 쿨러…. 대부분 10~20달러 정도면 살 수 있는 품목이다. 꼭 하나 예외로 1백50달러(약 18만원)짜리 파나소닉 DVD 플레이어가 있었다. 그것도 같은 종류 중에서는 저렴한 모델이다.

플라이셔의 선물목록을 보도한 워싱턴 포스트는 "백악관 일반직원들의 가벼운 호주머니 사정을 배려한 행동"이라고 평가했다.

플라이셔의 신부는 백악관 예산실에서 일하는 26세의 레베카 데이비스. 플라이셔는 지난 4월 약혼 후 기자들에게 "데이비스 같은 대단한 여성이 청혼을 받아줘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기쁘다"며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플라이셔는 원래 2000년 공화당 대통령후보 경선에 도전했던 엘리자베스 도울(밥 도울 전 대통령후보의 부인)의 캠프에서 일하다 부시에게 발탁돼 대선캠프 홍보팀에서 뛰었다.

그러고는 부시의 대통령 취임과 함께 백악관 대변인으로 수직 상승했다.

플라이셔의 재산은 20만달러(약 2억4천6백만원)정도로 수백만달러 자산가가 즐비한 부시의 측근 중 가장 적다. 결혼선물이 목록대로 다 들어온다면 그의 재산은 '약간' 불어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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