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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윤고은의 '1인용 식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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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무중력 증후군>으로 2008년 한겨레문학상을 수상한 윤고은 작가가 그녀의 첫 번째 소설집 <1인용 식탁>을 펴냈다. 2004년 대산대학문학상 수상작인 단편 ‘피어싱’과 중편 ‘홍도야 울지마라’ 등 9편의 중단편 소설을 엮은 작품집으로, 혼자 밥 먹는 법을 알려주는 학원(1인용 식탁), 사람들을 대신해 꿈을 꾸어주는 철학관(박현몽 꿈 철학관), 백화점 화장실을 작업실 삼아 휴지에 소설을 써내려가는 작가(인베이더 그래픽), 벼룩을 박멸하기 위해 자신을 숙주 삼아 모든 벼룩을 안고 비행기에 오르는 남자(달콤한 휴가) 등 현실을 바탕으로 한 참신한 설정과 기발한 상상력이 돋보이는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한국 현대 소설의 또 한 가지 스타일을 알고 싶다면 그녀의 작품은 꼭 읽어야 할듯 하다. 윤고은 작가는 그녀만의 스타일이 있고 이것은 예술가를 말할 때 굉장한 덕목으로 통하기 때문에.

무중력 증후군 이후 2년 만에 펴낸 작품집이다. 첫 장편소설 출간 때와는 기분이 또 다를 듯하다. 전작 <무중력 증후군>은 표지 색깔이 선명한 주홍색이었는데 이번 책은 회색이다. 표지 색깔의 변화처럼 내 마음도 그렇게 다른 것 같다. 첫 책 출간 때에는 좀 들떠 있었던 것 같은데 이번 작품집은 그동안 꾸준히 발표했던 작품들을 모은 것이다 보니 좀 더 차분한 마음이다.

이번 작품집에 대한 가장 인상적인 평이 있다면 무엇인가. 평론가들의 정제된 언어로 된 평들보다는 사실 일반 독자들이 블로그 등에 쓱쓱 써놓는 평들이 더 기억에 남는 것 같다. 가장 최근에는 어떤 분이 내 소설을 밥상에 비유했다. 거창한 요리는 없고 그냥 가정식 백반이라 부담없이 먹게 되는데 먹다 보면 그게 우리가 늘 먹는 가정식 백반과는 다른 뭔가가 있다고. 그 비유가 재미있었다.

표제작을 ‘1인용 식탁’으로 정한 이유는 무엇인가. ‘1인용 식탁’에는 혼자 밥 먹는 법을 배우는 외로운 사람이 등장한다. 그런데 다른 나머지 작품들에도 항상 외로운 사람들이 등장한다. 외로운 사람들은 어디에나 많이 있지만 나는 그 외로운 사람들이 외로움을 중얼중얼 거리면서 그냥 내버려두는 것이 아니라 ‘행동’하는 걸 그려보고 싶었다. 학원을 수강한다든지, 여행을 떠난다든지, 사람들을 만나게 한다든지. 결과적으로 식탁 앞에 자기 혼자 앉아 있는 느낌과 잘 맞는다고 생각 했다.

혼자 밥 먹기라는 소재는 어떻게 구상하게 되었나. 고깃집에서도 혼자 먹을 수 있는 사람, 고깃집까지는 어렵지만 파스타는 혼자 먹을 수 있는 사람, 파스타는 혼자 먹을 수 없지만 햄버거는 혼자 먹을 수 있는 사람. 재미있게도 혼자 밥 먹을 수 있는 ‘단계’가 저마다 다르더라. 그 정도의 차이가 조금씩 있다는 게 흥미로웠다.

윤고은 작가에 대해 말할 때 ‘상상력’에 대한 이야기가 빠지지 않는다. 당신의 기발한 상상력의 원천은 무엇인가. 상상이라는 건 무의식 영역에서 솟는 것 같다. 그걸 글로 체계화하는 과정은 의식의 영역에서 하는 거지만. 누구나 꿈을 꾸듯이 상상이라는 걸 하게 되는데 그 상상이 떠올랐을 때 메모를 해두는 정도다. 모든 상상을 적는 것은 아니고 나를 사로잡는 상상들, 그런 소재들을 메모했다가 뭔가 살을 더 붙여간다.

당신이 소설화하는 상상의 조건은 무엇인가. 무의식의 영역에서 많은 상상이 들 때, 그중에서 현실과 약간 연관이 있을 때 얘기를 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 현실을 풍자하거나 비꼴 수 있다든지, 현실의 이면을 보여줄 수 있다든지, 현실을 더 자세히 보여줄 수 있다든지 현실과 연관되어 있는 상상들. 모두 현실에 발붙인 상상들이라고 할 수 있다.

당신은 어떤 윤고은 작가를 상상하나. 어떤 나를 꿈꾸나. 전에 <무중력 증후군> 프로필 사진을 찍을 때 눈을 감고 찍었었다. 상반신만 나왔지만 전신 모습을 상상해보자면 몸이 조금 붕 떠 있는 느낌이었는데 나는 그런 느낌이 너무 좋았다. 공중에 완전히 떠 있는 것도 아니고 바닥에 발을 완전히 붙인 것도 아닌, 닿을 듯 말 듯 바닥에서 발이 조금 떠 있는 느낌. 이미지로 말하자면 나는 나의 그런 이미지를 꿈꾼다. 그런 이미지가 나에게 자극이 된다. 어느 정도의 거리는 유지하면서 너무 멀리 가지는 않은 그런 작가 말이다.

기획_김강숙
슈어 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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