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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하고 월드컵 보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한 표의 묘미는 대단하다. 월드컵에 쏟았던 관심을 잠시 멈추고 6·13 지방선거 투표장에 나가면 한 골에 얽힌 긴박감과 환호에 못지 않은 한 표에 담긴 긴장과 쾌감을 맛볼 수 있다. 마구잡이 개발과 부패·뇌물로 찌든 인물들을 표로써 혼내주는 후련함이 있고, 내가 낸 세금을 축내지 않고 제대로 된 생활환경을 만들어줄 살림꾼을 가리는 선택의 즐거움이 기다리고 있다. 거친 비방과 흑색선전에 열중했던 후보들을 야단칠 수 있는, 놓칠 수 없는 기회다. 더구나 한나라당·민주당의 당내 판도 변화,정계개편론 등 대선 가도에 결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위력이 한 표에 들어 있다.

월드컵의 시민정신은 세계를 놀라게 했다. 거리 응원의 깨끗한 매너와 질서에 비해 정치는 꼴보기 싫고, 지역행정에 역겨움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투표장에 가지 않으면 자격 미달의 단체장·의원들이 당선돼 우리 주변의 교통·건물·교육·수질을 망쳐놓을 것이다. 무관심과 투표율 저하는 엉터리 후보들이 기대하는 틈새다. 월드컵 열기를 조금만 떼어내 투표장 쪽으로 옮겨 놓으면 저질 후보들을 퇴장시킬 수 있다. 내일 한국과 포르투갈전이 머리 속에서 떠나지 않는 유권자라면 히딩크 감독의 축구경영과 리더십을 지방 행정과 의정에 조금이라도 옮겨놓을 후보를 찾을 수도 있다.

유권자 대부분은 광역의원이나 동네(기초)의원 후보가 누구인지 모르고 있다. 기초단체장 후보의 경력·정책도 제대로 알지 못한다. 투표장에 가기 전에 선거 공보물을 펴보고 어떤 후보의 공약이 마음에 드는지 따져보자. 더 많은 신상정보가 필요하면 선관위 홈페이지에 바로 들어갈 수 있다. 그리고 투표용지 다섯장을 받고 두번 투표하는 만큼 후보를 고르는 선택의 잣대와 기준을 만들어 보자. 월드컵 시민정신을 한 표로써 열매를 맺을 순간이 왔다. 투표 후에 축구경기를 보면 그 재미는 두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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