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老母 피살사건 범인은 대학생 아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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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경기도 분당에서 발생한 대학교수와 노모(老母)피살 사건은 대학 휴학생인 교수의 아들이 저지른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분당경찰서는 11일 아버지와 할머니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뒤 불을 지른 혐의(존속살인 등)로 李모(23·S대 3년 휴학)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에 따르면 李씨는 지난 10일 오전 3시30분쯤 성남시 분당구 서현동 W아파트 자신의 집에서 스키 폴대 끝에 흉기 2개를 끈으로 묶은 뒤 안방에서 자고 있던 아버지(48·K대 교수)의 가슴을 5~6차례 찔러 숨지게 한 혐의다.

李씨는 또 李교수의 신음소리를 듣고 건넌방에서 나온 할머니(73·유치원 원장)가 소리를 지르자 할머니의 왼쪽 가슴을 한차례 찔러 살해한 혐의도 받고 있다.

李씨는 이날 오후 1시쯤 아버지의 승용차를 몰고 서울 송파구 일대 주유소 세곳을 돌며 휘발유 3ℓ를 구입,아버지와 할머니 시체와 집 안에 뿌린 뒤 불을 질렀다. 이어 범행에 사용한 흉기 등을 스키 가방에 담아 집 근처 야산에 묻은 뒤 서울 강남에 사는 친구집으로 몸을 피했다.

李씨는 경찰에서 "명문대를 졸업한 아버지의 권위적인 엘리트 의식과 독선적인 행동에 평소 반감을 갖고 있었다. 올 초부터 아버지를 죽이려 했었다"고 진술했다.

李씨는 국내에서 검정고시를 통해 고등학교 학력을 딴 뒤 캐나다로 유학, 현지 전문대를 다니다 2000년 국내 S대에 특례입학했으며 오는 20일 군에 입대할 예정이었다. 李씨의 어머니(46)는 지난해 12월부터 둘째아들과 딸의 유학 뒷바라지를 위해 미국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성남=정찬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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