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동대, 의대생 ‘슈바이처 전형’ 파격 실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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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강릉에 있는 관동대가 의대생을 입학사정관제 전형으로 뽑는 ‘파격 실험’에 나선다. 올해(2011학년도) 입시에서 의대 신입생 49명의 30%인 15명이 대상이다. ‘슈바이처(메디컬) 전형’으로 이름 붙인 이 전형은 수시 1차로 뽑으며 서류 접수는 9월 8일부터 한다. 의대생 전용 입학사정관제를 도입하는 것은 관동대가 처음이다.

그동안 서울대·고대·연대 등 주요 대학 의대도 입학사정관제로 신입생을 뽑았지만 정원 대비 인원 비율이 낮을뿐더러, ‘지역균형선발’ 등 타 학부와 선발 방식이 다를 바가 없었다.


관동대 박희종(59) 총장은 6일 “인성과 봉사정신, 겸손함을 갖춘 학생들을 ‘참의사(슈바이처)’로 만들기 위해 의대 입시에도 새로운 실험을 하기로 했다”며 “선발 인원을 점차 늘려 2014년에는 전체 의대 정원의 45%, 그 후에는 전원을 입학사정관제로 선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 총장은 “훌륭한 의사로 성장할 잠재력이 있는데도 성적순으로 뽑는 입시에서 탈락하는 의대 지망생들을 보며 안타까웠다”며 “성적뿐만 아니라 애타정신과 희생정신, 포부 등 예비 의사로서의 자질을 심층면접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1996년 문을 연 관동대 의대는 그간 학부 신입생 49명 전원을 성적순으로 뽑아왔다. 지난해 기준으로 수시에서는 학교생활기록부 비중이 100%, 정시에서는 수능 실질반영률이 90%에 달했다. 그 결과 지난해 수시 경쟁률이 30대1, 지원자의 평균 내신 등급이 1.02 등급에 이를 정도로 치열했다. 그러나 올해부터 도입하는 입학사정관 전형에서는 입학사정관 5명이 봉사활동 등 학생부 비교과 부문과 자기소개서, 담임추천서 등의 서류를 꼼꼼히 검토한다. 이어 면접을 통해 직업관, 봉사활동, 이타심 등을 심층 질문한다. 지역균형선발로 의대생 일부를 뽑는 서울대가 1단계 전형에서 학생부 성적만 보는 것과는 다른 것이다. 관동대 연동수 의대 학장은 “어쭙잖은 지식과 기술로 기능인 의사가 되는 대신 인문학적 상상력과 휴머니즘을 갖춘 참의사가 돼라는 의미”라고 말했다. 교육과학기술부 김보엽 대학입학선진화과장은 “경쟁률이 가장 높은 의대에서 성적 중심이 아닌 입학사정관제로 인성을 보고 뽑겠다는 관동대의 실험은 획기적”이라고 평가했다.

관동대의 ‘참의사 키우기 프로젝트’는 올해 시작한 의대생 입학 전 봉사활동이 출발점이 됐다. 의대 신입생 전원을 ‘가치관 재정립을 위한 체험 연수’란 이름으로 일주일간 어린이병원과 치매 노인 요양센터에서 간병도 하고 직접 환자 입장에서 체험을 해보도록 한 것이다. 박 총장은 “의료 지식을 배우기 전에 환자를 먼저 생각하는 봉사정신부터 익히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원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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