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최성희(바다·30)가 오는 9월 서울 샤롯데씨어터에서 막이 오르는 ‘브로드웨이 42번가’에 출연한다. 지난해 여름 ‘노트르담 드 파리’ 이후 1년여 만이다. 최성희가 새 뮤지컬 무대에 선다는 거, 뭐 특별한 일이랴. 작품 역시 지난해 공연됐으니 신선하지도 않다. 근데 최성희를 인터뷰하기로 한 건 다른 꿍꿍이가 있었다. 시아준수·제시카·태연·온유·유노윤호 등 최근 봇물처럼 쏟아져 나오는 아이돌들의 뮤지컬 출연에 대해 그의 소견을 듣고 싶어서였다.
사진을 찍자는 말에 최성희는 즉석 탭댄스 시범을 보였다. 발놀림이 꽤 현란했다. 어려운 동작의 와중에도 얼굴엔 생동감이 넘쳤다. 사진 촬영은 어느새 한 시간을 훌쩍 넘겼다. [김도훈 인턴기자]
-지난해 한창 주가를 높였고, ‘미녀는 괴로워’로는 더 뮤지컬 어워즈 여우주연상까지 받았다. 1년 넘는 공백, 너무 긴 거 아닌가.
“음반 활동이 바빴다. 지난해 8월 4집 앨범을 냈고, 10월엔 디지털 싱글을 발표했으며, 올 2월엔 ‘스트롱 월드’라는 OST를 발매했다. 뮤지컬과 음반 활동을 병행하기엔 벅찼다. 처음 뮤지컬에 뛰어들 때부터 목표가 하나 있었다. 내 음악을 좋아하는 팬들이 뮤지컬로도 시선을 옮기기를. 대중음악과 뮤지컬의 가교 역할을 하겠다는 건 지금도 진행형이다.”
-‘브로드웨이 42번가’엔 탭댄스가 많다. 잘 추는가.
“춘 적도 배운 적도 거의 없다. 하지만 지금 배우면서 순간순간 짜릿하다. 스텝에도 정답이 있고, 오답이 있다는 걸 안다고 해야 할까. 특히 시골에서 상경해 세상물정 모르지만, 꿈을 잃지 않고 생기발랄하게 분투하는 주인공 페기 소여의 모습이 좋았다. 나 역시 아버지 건강 문제로 경기도 부천 도두머리라는 산골로 내려가 칡과 마를 캐먹으며 어린 시절을 보냈다. 그 인물에 내 자아가 이입될 수 있는가, 작품 선택의 첫 번째 기준이다.”
-페기 소여역은 지난해 옥주현씨도 했다. 신경 쓰이지 않았는가.
“전혀. 페기 소여역은 지난해 나한테도 제안이 들어왔다. 주현이가 했던 배역이라고 신경 쓴다면 앞으로 어떤 작품을 할 수 있겠는가. 우린 서로 다르다. 주현이는 늘씬하고 대형 가수의 포스가 있고, 난 또 내 장점이 있다. 수많은 뮤지컬 여배우가 있는데, 우리 둘만 같은 도마 위에 올려놓고 비교하는 건 조금 억지다.”
-7년 전에 ‘페터민트’로 뮤지컬에 데뷔했다.
“대학도 연기를 전공(단국대 연극영화과)했다. 원래 연기자를 꿈꾸었다. 2003년은 S·E·S를 나와 솔로 활동을 막 시작했을 때였다. 무대에 서고 싶었다. 게다가 창작 뮤지컬인 터라 작품을 함께 만들어간다는 느낌이 있었다. 작가 선생님은 나를 오랜 시간에 걸쳐 인터뷰한 다음에 그걸 토대로 주인공 캐릭터를 구축해 나가셨다. 내 자아가 스며든 작품인 것 같아 지금도 애착이 많다.”
-후배 아이돌들의 뮤지컬 진출이 잇따르는데.
“뮤지컬에 대한 일반인의 관심을 높여준다는 점에서 고마운 일이다. 하지만 스스로 선택하길 바란다. 아이돌이 그렇다. 화려한 날개를 갖고 있지만, 혼자 힘으로 펴지 못한 채 누군가의 도움으로 날갯짓을 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조금 실패해도, 조금 틀려도 자신이 고민하고 결정해야 성장한다. 뮤지컬도 마찬가지다. 남들이 하니깐, 주변에서 하라니깐 억지로 해선 결코 오래 못 간다. 누군가의 힘에 떠밀리듯 하는 건 본인을 위해서도, 뮤지컬계를 위해서도 독이다.”
글=최민우 기자
사진=김도훈 인턴기자
※ 인물의 등장순서는 조인스닷컴 인물 데이터베이스에 저장된 순서와 동일합니다.
사진
이름
소속기관
생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