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예프는 유시첸코 대선 승리예보에 환호

중앙일보

입력

26일 치러진 우크라이나 대선 재투표에서 출구조사 결과 야당 후보인 빅토르 유시첸코가 당선된 것으로 나타나자 수도인 키예프에서는 유시첸코 지지자들의 환호가 이어지고 있다.

출구조사 결과가 나온 직후인 26일 오후 8시(이하 현지시간)부터 키예프 시내의 '독립광장'에는 10만여명의 시민들이 모여 "유시첸코 대통령!"을 연호하며 흥분의 도가니에 휩싸였다.

독립광장 옆에 있는 텐트촌에서는 유시첸코를 지지하며 한달 이상 텐트 생활을 해온 사람들이 그동안의 노고를 서로 위로하며 감회에 젖기도 했다.

시내 곳곳에서는 유시첸코측의 상징색인 오렌지색 깃발을 매단 자동차들이 경적을 울리며 질주하는 행렬이 이어지기도 했다.

이날 투표 마감과 동시에 발표된 3건의 출구조사에서는 유시첸코가 모두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키예프 국제사회학연구소의 출구조사 결과 유시첸코는 56.5%를 획득해 41.3%를 얻은 빅토르 야누코비치 후보를 15.2% 포인트 차이로 따돌렸다.

우크라이나 TV 방송인 ICTV 출구조사에서도 유시첸코는 56%의 지지율로 야누코비치(41%)를 15% 포인트 앞섰으며, 사회모니터센터의 출구조사에서 유시첸코는 58.1%의 지지율로 야누코비치(38.4%)를 크게 앞선 것으로 조사됐다.

27일 오전이면 중앙선관위는 '당선 유력' 판정을 내릴 전망이다.

유시첸코측은 특히 키예프 시내 이린스카야 지역에 설치된 프레스센터에서 26일 하루종일 행사를 열며 이번 재투표를 축제로 연결시켰다.

야누코비치의 선거 사무실이 적막한 분위기를 보인 반면 유시첸코의 프레스센터는 300여명의 기자들이 모인 가운데 매시간 기자회견이 진행됐다. 특히 유시첸코 진영은 일반 TV와 자체 지역본부의 보고를 수시로 연결해 키예프 외의 다른 지역 상황을 생중계하는 등 이번 재투표를 앞두고 승리에 대한 자신감을 보였다.

또 유시첸코측의 프레스센터에는 26일 그를 지지하는 유명 인사들의 방문과 인터뷰가 진행됐으며 우크라이나 어린이들의 춤 공연, 오렌지 혁명에 대한 영상 보고 등 26일 재투표를 축제로 만들겠다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한편 이날 출구조사 결과 패배한 것으로 나타난 야누코비치는 "패배가 확정될 경우 강력한 야당으로 남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재투표 결과를 놓고 소송을 제기할 것인지에 대해 지난번 혼란을 재연하고 싶지는 않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번 재투표에 법적 문제가 발생한다면 소송을 내는 것을 배제할 수 없으며 모든 법적인 수단을 동원해 우크라이나인들의 권리를 보호하겠다고 말했다.

야누코비치의 발언은 한편으론 패배를 인정하면서도 유시첸코 진영도 법적인 하자가 있다는 점을 강조함으로써 자칫 자신의 지지 기반인 동부 지역을 자극할 우려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중앙선관위는 이번 선거가 법적인 절차에 따라 치러졌으며 1, 2차 투표때 저질러졌던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비교적 무난하게 진행됐다고 평가했다. (키예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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