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순수의 시간을 찾아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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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율리시즈의 시선 (EBS 오후 2시)=그리스 출신의 세계적인 거장 감독 테오 앙겔로풀로스의 1995년작. 마틴 스코시즈의 '비열한 거리'나 웨인 왕의 '스모크'등 명감독의 수작에 빠짐없이 출연해온 하비 카이텔이 출연한다. 호메로스의 서사시 '오디세이'가 바탕이 된 이 영화는 제48회 칸 영화제에서 심사위원 대상을 받았으며 95년 타임지가 선정한 세계 10대 영화에 올랐다.

미국에 거주하는 그리스 출신 감독 A는 35년만에 고국으로 돌아온다. 공식적인 방문 이유는 현지에서 엄청난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자기 작품의 시사회 때문이다. 하지만 진짜 목적은 영화 초창기의 유명한 감독인 마나키아 형제가 발칸 반도의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며 그 지역의 역사와 관습을 담았다고 하는 세 통의 무성영화 필름을 찾는 것이다.

흔히 유럽의 화약고로 불리는 발칸반도. 제1차 세계대전을 촉발시키기도 했던 이 지역은 13세기 이후 오늘에 이르기까지 끊이지 않는 내분과 전쟁의 고통 속에 시달리고 있다. A 감독은 알바니아에서 마케도니아로, 루마니아에서 보스니아로 전쟁의 참화 속을 돌아다니며 과거의 기억들과 만나면서 오염되지 않았던 순수의 시간을 갈망한다. 사색적이고 철학적인 주제를 다뤄온 앙겔로풀로스 영화의 진수를 만날 수 있다. 원제 Le regard d´Ulysse. ★★★☆만점 ★5개)

기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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