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현장 이 문제] 마을 찜질방 물 사용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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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찜질방을 지은 지 19개월만에 겨우 문을 열었어요. 하지만 멀리서 물을 떠다 사용해야 한다니 어이가 없네요."

충남 금산군 금산읍 계진리 마을에 들어선 찜질방(사진)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다. 이 찜질방은 완공 이후 1년 7개월 간 한번도 사용하지 못하다가 최근 관련 조례가 마련돼 내년초부터 겨우 운영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필요한 물을 외지에서 퍼다가 사용해야 하는 상황이 빚어지게 됐다. 지하수 부족을 우려한 일부 주민들의 반발 때문이다.

금산군은 농촌 주민들의 건강관리를 위해 3억원을 들여 지난해 5월 계진리 한복판에 농업인 건강생활 과학관을 지었다.

100여평 크기의 이곳에는 찜질방을 비롯, 휴게실.헬스장 등이 갖춰져 있다.

그러나 마을 일부 주민들은 찜질방을 짓기 시작한 지난해 초부터 "시설을 운영하면 지하수가 부족하게 될 것"이라며 반대해 왔다.

주민 김재순(53.여)씨는 "지하수를 파도 물이 부족해 농사 짓기가 버거운 현실인 데 찜질방이 들어서면 영농을 포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이 마을 100여 가구 주민 251명 중 상당수는 지하수가 부족하다는 주장에 동의하지 않고 있다. 서모(66.여)씨는 "지금까지 물이 부족해 곤란을 겪은 적은 없었다"며 "마을에 건강 보조시설이 생겨 반겼는 데 오랫동안 사용을 못해 아쉽다"고 말했다.

찜질방 운영을 담당하는 군 농업기술센터 관계자도 "찜질방에서 사용하는 물은 대부분 샤워용"이라며 "이용객이 많지 않아 물 부족 현상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센터측은 하루 30여명이 찜질방을 찾아 1~2t(1인당 40ℓ)의 물을 사용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는 농촌지역 5~6가구가 하루 평균 사용하는 물의 양과 비슷하다는 것이다.

일부 주민이 반대하자 군 의회는 지난 2월 군이 제출한 찜질방 운영 관련 조례안 처리를 계속 미뤄 오다 최근 의원들 간의 격론 끝에 겨우 통과시켰다.

센터측도 "마을 지하수는 사용하지 않고 찜질방을 운영하겠다"고 군의회와 주민들에게 약속했다.

군은 마을에 관정을 파지 않고 내년부터 5㎞에서 떨어진 곳에 있는 농업기술센터에서 자동차로 물을 길어다 찜질방 용수로 사용할 계획이다. 하루에 세 차례 물 운반을 전담하는 직원 1명도 배치키로 했다.

농업기술센터 이갑수 계장은 "일정 기간 물을 길어다 운영해 본 뒤 사용 실태를 반대 주민들에게 설명해 이해를 구하겠다"고 말했다.

김방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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