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대통령, 남북정상회담 첫 긍정적 언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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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이 26일 남북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을 열어두는 첫 언급을 했다.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시기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수용할 뜻이 있다고 했다. '가능하다면'이라는 단서를 달긴 했지만 "추진도 하고 싶다"고 밝혔다.

지난 2일 한국.영국 정상회담 후 공동회견에서 노 대통령은 "6자회담이 진행되는 동안에는 남북 정상회담의 가능성을 매우 작게 보고 있다"며 "가능성이 매우 작은 일에 정력을 기울여 노력하지 않는 게 현명한 사람이 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의 인터뷰 발언에는 "6자회담 기간에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나면 핵심 주제가 6자회담이 될 수밖에 없다"며 "북한은 북.미 양자회담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에 그것을 원치 않고, 유리하다고 판단하지도 않을 것이기 때문에 회피할 것이라고 본다"는 설명이 달려 있기는 하다. 그래서 "그게 (6자회담 중 남북 정상회담) 가능하지 않을 것 같다. 안될 것 같다는 내 판단을 (그간) 얘기해 온 것"이라는 전제에서 한 얘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 대통령이 남북 정상회담 수용과 추진의 가능성을 열어둔 것은 그럴 만한 긍정적 기대와 판단이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권진호 청와대 국가안보보좌관은 최근 "미국이 보다 유연한 태도로 북핵 문제 해결에 전념하는 국면이 되지 않겠느냐"며 "내년에는 (북핵 국면에) 좋은 일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올 상반기에 6자회담을 통한 북핵 문제 해결에 가시적 진전과 성과가 있을 경우 6.15 공동선언 5주년을 즈음한 회담을 추진해 볼 수도 있다는 언급"으로 이를 설명했다.


노무현 대통령과 권양숙 여사가 25일 저녁 KBS '사랑의 리퀘스트-7주년 성탄특집'에 출연해 프리마돈나 조수미, 가수 god 등 출연진과 해바라기의 '사랑으로'를 합창하고 있다. 최정동 기자

노 대통령은 이날 우리 측의 '주도적 역할'에 대해서는 "북핵 문제는 북한과 미국이 주도적인 지위를 갖고 있고 결정적인 캐스팅 보트는 중국이 갖고 있다"며 "그러나 우리가 구경꾼이 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진행 과정이나 협상 결과 발생하는 문제들이 우리에게 사활적 이해관계가 걸린 것이라면 미국의 결정에도, 북한의 결정에도 영향을 미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이제는 북한이 자기 체면을 살리면서 협상에 나올 수 있는 명분을 확보한 게 아니냐"며 "북한이 대화에 좀더 적극적으로 나설 때가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쟁점인 국가보안법 폐지 등 4대 입법 처리에 대해 노 대통령은 "원내 전략은 당에서 하라는 게 기본적인 생각"이라며 "(처리)시기 문제는 당에서 하는 대로 판단에 맡기면 된다"고 정리했다. 분권형 국정운영의 제도화와 관련, 노 대통령은 "그 문제를 잘못 끄집어내면 개헌 문제로 번져 버리기 때문에 적절치 않다"며 개헌론의 조기 부상을 경계했다.

노동의 유연성 문제와 관련, 노 대통령은 "해고가 조금 쉬워지면 많은 비정규직이 정규직이 될 수 있는 구조"라며 "노동계도 확고한 직업 안정성을 확보하고 있는 쪽(정규직)에서 근본적으로 양보해 줘야겠다"고 말했다. 또 "해고의 경직성을 노동계가 스스로 풀어야 한다"고도 했다.

최훈 기자

사진=최정동 기자 <choijd@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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