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도나'신의 손'앙갚음 : 잉글랜드 승리 주역 오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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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4년 세월은 소년을 청년으로 만들었다.아니 관록과 절제를 불어넣어 주었다.

'원더보이' 마이클 오언(23·리버풀)의 플레이가 그랬다.4년 전 '폭주기관차'처럼 수비수 세명을 제치고 30m를 쏜살같이 내달아 상대 골네트를 찢을 듯 터뜨리던 슈팅은 여전했다.

그러나 7일 아르헨티나와의 운명의 대결에서 그는 게임을 알고 있었다.

전반 23분. 그는 아르헨티나의 거센 수비 숲에 홀연히 서 있었다. 이중삼중으로 겹겹이 쳐진 수비벽을 헤친 예리한 땅볼 슛이 골포스트를 맞히는 순간 비록 골은 되지 않았으나 팀은 기운을 되찾았다. 그가 돌파구를 연 것이다.

전반 44분. 이번에는 '여우'처럼 영리했다. 그는 페널티 지역에서 아르헨티나 수비수의 발을 살짝 뛰어넘으며 그대로 그라운드에 나뒹굴었다. 페널티킥 선언. 16년 전 1986년 멕시코 월드컵에서 마라도나의 '신의 손'을 앙갚음하려는 듯 그의 '신의 발'이 번득이는 순간이었다.

그는 축구 신동이다. 열살 때 유소년리그에서 무려 92골을 몰아넣어 한 시즌 최다득점 기록을 세우며 '신화'를 만들어 갔다. 만 18세가 되기도 전 프리미어리그 데뷔전을 치른 그는 이듬해 98년 2월 마침내 잉글랜드 국가 대표팀에 발탁됐다.

3개월 뒤 모로코와의 평가전에서 결승골을 뽑으며 A매치 데뷔골을 기록한 그는 프랑스 월드컵을 통해 월드스타로 우뚝 섰다.그리곤 탄탄대로.

지난해엔 팀을 프리미어리그·유럽축구연맹(UEFA)컵 우승 등 5관왕에 올려놓으며 축구 전문지 '월드 사커'가 선정하는 '올해의 선수'에 뽑혔다.

최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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