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동연설 현장에 나가 보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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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6·13 지방선거가 월드컵 열기에 파묻혔다. 투표일이 닷새 앞인데도 여론의 시선은 16강 진출에 매달려 있을 뿐 선거 쪽으로 조금도 돌아가지 않는다. 출근길 아파트 입구, 대낮 할인매장 앞, 퇴근길 지하철 입구에서 어깨띠를 두른 채 허리를 굽힌 후보와 운동원한테 시민들은 여간해서 눈길을 주지 않고 있다. 대다수 국민은 자기 동네의 민생을 좌우하는 기초단체장, 광역의원·기초의원에 누가 나오는지 모르고 있다. 고작 대선에 영향을 준다니까 광역단체장(서울시장·광역시장·도시자)후보 정도나 기억하고 있다. 히딩크 감독의 투표 참여 지시라면 모를까 지금 상태로는 투표율이 역대 최저치(40%)가 될 것이라는 자조 섞인 전망이 나올 정도다.

감동·화합의 축구 드라마에 매료된 국민으로선 반칙·비방의 선거 쪽을 쳐다보기가 역겨울 것이다. 그것은 '누가 나오든, 누가 되든 나와 상관없다'는 생각으로 이어진다. 그러나 그런 무관심의 피해자는 유권자 자신이다. 투표율이 떨어질 듯하면 조직과 돈이 힘을 쓴다. 저질·수준 미달의 후보가 당선할 가능성이 커지고, 이른바 투표율 저하에 따른 민의(民意)왜곡 현상이 생긴다. 얼떨결에 당선한 후보들은 마구잡이 개발, 비리·부패에 빠져버리는 게 지자제의 불쾌한 경험이다. 풀뿌리 민주주의의 위기는 무관심에서 온다.

엉터리 지방행정으로 생활환경이 망가져버린 데 대해 개탄과 분노만 해선 능동적 민주시민이 될 수 없다. 유권자만의 무기인 표로써 혼을 내주고 제대로 된 인물을 뽑는 데 나서야 한다. 이제 선거공보의 봉투를 뜯어 누가 출마하는지, 어떤 공약이 짜임새 있는지, 우리 고장 살림살이를 누가 잘 꾸릴지 따져보자. 선관위 홈페이지(www.nec.go.kr)에 들어가 후보의 신상자료도 챙겨보자. 그리고 8,9일의 지방선거 합동 연설회장에 나가 보자. 민주주의 현장학습인 만큼 자녀들과 함께 가보면 더욱 좋다. 그런 다음 10일의 한국과 미국전을 즐기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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