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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ose-up] 패션그룹 형지 최병오 회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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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패션그룹 형지의 최병오(58·사진) 회장은 1982년 서울 동대문시장에서 3.3㎡ 크기의 조그만 매장을 열며 의류사업을 시작했다. 그로부터 28년이 지난 지금 보유 브랜드 7개에 길거리 로드숍 매장만 전국에 1000여 개, 연 매출 6000억원(지난해 기준)의 패션업계 6위로 성장했다.

형지는 올해도 여성 전용 아웃도어 브랜드 ‘와일드 로즈’와 40~50대를 위한 저가 패스트패션 브랜드 ‘CMT’를 내놓는 등 공격 행보를 보이고 있다. 최 회장은 5일 기자와 만나 “올해 7500억원 매출은 문제없을 것으로 본다”며 “이대로면 내년에 매출 1조원을 달성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2009년 매출 6000억원에서 2011년 매출 1조원. 형지는 왜 업계에서 보기엔 과하다고 할 만한 공격적 목표를 세웠을까. 최 회장은 “패션 시장은 선점이 중요하다”며 “30대 이상 여성들이 고가보다는 중저가 실용 패션에 눈을 돌리고 있는 지금이 어느 때보다 시장 선점의 좋은 기회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는 “30대 이상 여성들 사이에 가방은 명품을 들지만, 옷은 적당한 가격대를 유행 따라 사서 입고 버리는 게 보편적 추세가 됐다”고 덧붙였다.

최 회장은 “자그마한 좋은 습관이 쌓여 큰 변화를 만든다는 원칙으로 지금까지 아침 7시에 출근하고, 잠은 5시간만 자고, 골프도 안 치는 등 앞만 보고 달려왔다”고 말했다. 이어 “내년까지 국내 시장에서 입지를 굳힌 후 대만·홍콩·일본 등에서도 40대 이상을 위한 중저가 패션시장 공략에 나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동대문에서 장사할 때부터 성인 고객을 대상으로 했다”며 “성인 시장은 내가 다른 어떤 패션업체보다 잘 알고, 잘할 수 있는 시장”이라고 자신했다. 현장에서 직접 상품기획자(MD)와 제작자·판매자까지 겸하며 쌓은 감각은 다른 패션업체 오너가 따라올 수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정장의 시대가 가고, 성인 캐주얼의 시대가 열리는 움직임을 재빠르게 포착한 게 성공의 비결이었다.

형지는 다른 패션 업체들과는 다른 방식으로 성장해왔다. 고급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백화점을 먼저 뚫으려 했던 다른 패션업체와는 달리 지방에 길거리 로드숍 매장을 먼저 낸 뒤 서울로 진출했다. 고급 브랜드를 먼저 정착시키고, 대중 브랜드로 가는 일반적인 전략과도 차이를 뒀다. 편안함과 실용성을 내세웠다.

대표 브랜드인 크로커다일은 지난해 306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샤트렌’ ‘올리비아 하슬러’와 남성 의류 브랜드 ‘아날도 바시니’도 로드숍을 중심으로 선전 중이다.

최근 선보인 CMT는 ‘40대 이상을 위한 저가 패스트패션 브랜드’를 표방하고 있다. 가격은 크로커다일의 60% 수준. 홈플러스 등 대형마트 안의 ‘숍 인 숍’을 중심으로 올해 전국에 100개 매장을 계획하고 있다. 최 회장은 “전용 디자이너 없이 다른 브랜드 디자이너들의 패턴을 활용하고, 일본 초저가 패션 업체 시마무라에서 30% 정도 물량을 공급 받으며, 유행 타는 디자인보다는 기본적인 디자인을 늘리는 등의 방법으로 최대한 원가를 낮췄다”고 설명했다.

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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