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車 독립 2년 앞두고 그룹모양 갖추기 '사업 다각화' 공격경영 시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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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1면

현대자동차 그룹이 공격적인 경영과 함께 후계자 승계 작업에 나서고 있다.

2000년 9월 현대그룹에서 분리된 현대차는 올 들어 미국과 중국 공장 착공에 이어 자동차 운반선 사업에 새로 진출하는 등 자동차 전문그룹으로서의 모양을 본격적으로 갖춰나가면서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의 외아들인 정의선(33) 현대차 전무에 대한 무게싣기도 본격화하고 있다.

재계는 현대차의 이같은 움직임에 대해 최근 호조를 보이는 경영실적을 바탕으로 본격적인 내실 다지기에 나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해 1조1천6백억원, 올 1분기에도 5천8백억원의 순이익을 냈으며, 현금 보유액은 1조원이 넘는다.

◇본격적인 사업확장=현대차는 지난주 현대상선의 자동차 운반사업을 유럽 해운회사인 WWL사와 80대20 지분 합작을 통해 인수, 자동차 운반선 사업에 진출했다. 이때 투자한 돈만 3천억원이 넘는다.

지난달 27일에는 서울 원효로 사옥에 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가 45억원,부품업체가 5억원 등 50억원을 출연해 '자동차부품산업발전협의회'를 설립했다. 협의회는 자동차 부품산업의 발전과 기술개발, 공정거래 정착 등의 사업을 벌이게 된다.

鄭회장은 협의회 출범식에 참석해 "부품업계 품질 경쟁력이 완성차업계의 국제경쟁력"이라며 자동차 품질 혁신을 강조했다.

이에 앞서 지난 4월에는 미국 앨라배마 현지 공장과 중국 베이징(北京)공장 건립에 나서는 등 해외에서도 공격적인 경영에 나서 과잉생산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세계 주요 자동차 업체로부터 주목받고 있다.

◇후계 승계=현대모비스는 지난주 "본텍과 합병을 추진한다"고 공식 발표했다.자본금 50억원인 본텍은 카오디오 등 자동차용 전자장치를 만드는 업체다. 지난해까지는 기아차에 주로 납품했지만, 올해부터는 현대차에도 납품한다. 내년부터는 현대차 대부분의 물량을 납품할 것으로 알려졌다.

본텍이 주목받는 것은 이 회사의 지분 30%를 鄭회장의 외아들인 정의선 전무가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도 지난해 11월 액면가 5천원에 제3자 배정 방식으로 30만주를 받았다.

본텍은 현대차에 납품을 시작하면서 기업 가치가 본격 상승하고, 올해 순이익도 1백2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증권가 애널리스트들은 본텍의 주당 가치를 최소 10만원으로 보고 있다. 합병이 성사되면 鄭전무는 모비스 주식 1% 정도를 취득하게 된다.2백억원이 넘는 규모다.

현대모비스측은 "현대오토넷과 합병이 결렬돼 전자장치 사업을 위해 본텍과의 합병이 불가피하다"며 "기업가치에 입각, 투명하게 가격을 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지난해 초 설립된 한국로지텍(정의선 전무 40%, 鄭회장 40%)도 앞으로 현대차 그룹 상장회사와의 합병 대상으로 꼽히고 있어, 이 경우 鄭전무의 현대차 그룹 지분율은 더 높아질 전망이다.

◇남은 과제=세계 자동차 업체들은 90년대 이후 자동차 경기가 하강세를 보이면서 공급과잉이라는 숙제를 안고 있다.

수출 비중이 매출의 절반을 넘어서면서 순이익의 40% 정도가 환차익에 의존하는 등 환율 변화에 따라 이익이 급변하는 점도 보완해야 할 과제다.

鄭전무 후계 구도 역시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와 공정거래위 등의 감시 대상으로 떠오를 수 있어 이에 대한 투명성 확보도 뒷받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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