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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뚝이 코리아' 5전6기 투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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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5면

4천만의 함성 속에 거둔 월드컵 첫승. 이 감격의 1승이 이뤄지기까지 한국 축구는 50년의 기나긴 실패와 좌절이 있었다. 모두 다섯 차례의 월드컵, 열네 번의 도전이 모두 허사로 돌아갔지만 한국 축구는 끝내 포기하지 않고 마침내 역사적인 승리를 거둬낸 것이다.

◇참패를 거듭한 첫 출전=한국이 월드컵 본선 무대를 처음 밟은 것은 48년 전인 1954년 스위스대회 때였다. 6·25가 끝난 다음해 전쟁이 훑고간 폐허 속에서 한국축구는 맨발·맨주먹으로 본선 진출의 쾌거를 이뤄냈다. 당시 본선 진출국은 16개국. 그래서 '한국은 이미 16강에 진출한 적이 있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는 것이다. 한국은 그러나 월드컵 데뷔 무대에서 세계 축구와의 현격한 수준차이를 절감해야 했다.

돈도, 정보도 없었던 당시 한국팀은 부산에서 배를 타고 일본으로 가 그곳에서 다시 미군 수송기를 얻어타고 스위스에 도착했다.1주일이 넘게 걸린 긴 여행 끝에 경기 당일 간신히 취리히 현지에 도착한 한국팀은 시차적응도 미처 안된 상태에서 당대 최고의 축구영웅으로 꼽히던 푸스카스가 이끈 헝가리와 맞붙어야 했다.

선수 11명 중 8명이 경기 도중 다리 경련으로 쓰러지는 등 고전 끝에 0-9(전반 0-4, 후반 0-5)로 대패했다.

닷새 뒤 벌어진 터키와의 2차전에서는 출전 선수들을 바꿔가며 전열을 정비했지만 역시 0-7이라는 큰 점수차로 패했다.

◇암흑의 60~70년대=이 기간 한국은 본선 무대도 밟아보지 못했다. 62년 칠레대회 지역예선에선 일본·유고와 맞붙어 2승2패로 탈락했고, 66년 잉글랜드대회 지역예선에는 막강 전력의 북한이 두려워 출전조차 하지 못했다. 당시 북한은 본선에 진출, 이탈리아를 1-0으로 꺾는 대파란을 일으키며 8강에 진출했었다.

한국은 9회 멕시코, 10회 독일(당시 서독), 11회 아르헨티나, 12회 스페인대회 지역예선에서 줄줄이 탈락의 고배를 들었다. 서독대회 예선에선 호주와 막판까지 대접전을 벌였으나 석패했고, 82년 스페인대회 예선에서는 중동의 쿠웨이트에 덜미를 잡혔다.

◇32년 만의 본선 진출=한국이 다시 월드컵 본선에 진출한 것은 86년 멕시코대회. 그러나 한국은 조별리그에서 이 대회 우승팀 아르헨티나, 전 대회 우승팀 이탈리아, 동구의 강호 불가리아 등과 대결,1무2패로 A조 최하위를 기록했다.

한국은 아르헨티나와의 첫 경기에서 3-1로 패했다. 다만 박창선이 25m 거리에서 골키퍼의 키를 살짝 넘기는 통쾌한 중거리슛을 터뜨려 월드컵 도전사에 남을 첫 골을 성공시켰다는 데 만족해야 했다. 불가리아를 상대로 한 두번째 경기에서는 김종부의 동점골로 1-1로 비겨 월드컵 본선 출전사상 처음으로 지지 않은 경기를 했다.

◇아쉬움만 커진 대회들=90년 이탈리아 월드컵은 한국이 출전한 최근 네차례의 대회 중 가장 초라한 성적을 낸 대회였다. 벨기에·스페인·우루과이와 경기를 벌여 3전 전패의 치욕을 당했다. 첫 상대인 벨기에에 0-2, 스페인에 1-3, 그리고 우루과이에 0-1로 졌다.

한국으로서는 94년 미국 월드컵이 16강 진출에 가장 가까이 접근한 대회였다.

스페인·볼리비아·독일과 같은 조에 편성된 한국은 스페인과의 첫 경기에서 경기 종료 6분 전까지 0-2로 뒤져 패색이 짙었지만 대포알 같은 홍명보의 슛으로 추격의 발판을 마련한 뒤 경기종료 직전 서정원의 동점골로 2-2 무승부를 이뤘다. 볼리비아와의 경기는 우세한 경기를 펼치고도 득점에 실패해 0-0 무승부로 끝냈다.

마지막 경기에서 한국은 세계 최강 독일을 맞아 전반에만 3골을 내주며 맥없이 무너지는 듯했으나 후반 들어 특유의 뚝심으로 몰아붙여 2골을 만회, 자존심을 지켰다.

98년 프랑스 월드컵도 아쉬움이 많은 대회였다. 멕시코와의 첫 경기에서 전반 27분 '왼발의 달인' 하석주가 30m짜리 프리킥을 성공시켜 리드를 잡았으나 전반 29분 어이없는 백태클로 퇴장당한 후 후반에 연속 3골을 내줘 1-3으로 무릎을 꿇었다.

거스 히딩크 감독이 이끄는 당시 네덜란드팀과의 두번째 경기에서는 0-5라는 참담한 점수 차로 무릎을 꿇었다.

왕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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