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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세계를 놀라게 했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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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바르샤바市 전체가 침울 폴란드

관중 응원 강렬한 인상 獨방송

외신들은 4일 한국과 폴란드의 경기가 끝난 직후 월드컵 공동 개최국인 한국의 값진 승리를 일제히 긴급 뉴스로 타전했다.

○…AFP 통신은 "한국이 자랑스런 역사의 새 페이지를 썼다"며 한국의 승전보를 전했다.

통신은 "황선홍·유상철 선수의 골에 힘입어 한국은 열다섯번째 도전에서 첫 승리를 따냈다"며 "부산 경기장에 모인 응원단뿐 아니라 TV로 중계방송을 지켜보던 온 국민이 승리를 만끽했다"고 전했다. AP·dpa 통신도 한국의 승리를 '역사적'이라고 평가했다.

○…BBC 방송은 "한국호(號)가 이륙했다"며 모든 찬사를 동원해 한국팀의 선전을 극찬했다.

방송은 "한국 대표팀은 황선홍과 유상철의 훌륭한 플레이로 조국을 광란에 빠뜨렸다"며 "열광적인 응원에 힘입은 한국팀의 페이스와 사기는 '터벅터벅 걷는' 폴란드를 훨씬 압도하는 것이었다"고 전했다.

경기 해설자는 "한국팀은 두 골 이상을 넣을 실력이 있다" "탁월했다. 빠르고 창의력이 풍부했으며 폴란드에 결코 여유를 주지 않았다" "주최국으로서의 자격이 충분하다"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오늘은 한국 축구사를 새로 쓴 역사적인 날".이날 경기를 생중계한 독일공영 제2 ZDF 방송과 유로채널인 프레미어는 한국팀의 2-0 승리에 대해 이렇게 보도하면서 한국 선수들의 선전을 높게 평가했다.

독일 방송들은 "한국 축구가 불과 몇개월 사이에 몰라 보게 달라졌다"며 특히 1대1 대결에서 밀리지 않은 선수들의 강인한 체력과 투지를 승리 요인으로 꼽았다.

독일 방송들은 "영국인들을 연상케 할 정도로 뜨거운 응원을 보내준 한국 관중의 응원에 강렬한 인상을 받았다"며 "한국팀의 승리와 일본팀의 선전으로 이제 본격적인 월드컵 분위기가 시작됐다"고 현지발로 보도했다.

○…16년 만에 본선에 진출한 폴란드팀이 한국과 첫 경기를 가진 4일 폴란드 전역은 흥분과 탄식이 교차된 열광의 도가니였다. 이날 현지시간으로 오후 1시30분에 시작된 경기 관람을 위해 대다수 회사들이 오후 업무를 중단했다.

바르샤바 도심에 위치한 문화과학궁전 앞에 설치된 대형 전광판 앞에 모인 수천명의 시민들은 2-0으로 폴란드팀이 패하자 자리를 떠날 줄 모르며 아쉬워했다.

바르샤바 시민들은 이날 경기 휘슬이 울리면서 폴란드 공격진이 한국 진영을 거칠게 파고들며 위협적인 슈팅을 날리는 등 우세를 잡자 승리를 확신이라도 하듯 환호성을 지르며 열광적인 응원을 펼쳤다.

그러나 황선홍의 그림같은 왼발 논스톱 슛으로 한국이 앞서나간 데 이어 후반 들어 유상철의 추가골로 패색이 짙어지자 바르샤바 시내는 침울한 분위기로 빠져들었다.

한 시민은 "한국팀이 선전한 반면 폴란드팀은 평소보다 못했다"면서 "포르투갈전과 미국전에서 기필코 승리해 한국과 16강에 동반 진출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현지시간 4일 오전 9시30분 한국의 월드컵 첫 승리가 확정되자 뉴욕의 한인동포들은 출근도 잊은 채 모두 흥분한 모습.

뉴저지주 포트리 및 팰리세이드 파크 소재 일부 한국 식당들은 곧바로 '축 승리, 아침 공짜'라는 현수막을 내걸기도 했으며 일부 한인 직장들은 아예 '지각 면죄부'를 발동, 직원들이 늦은 출근을 해도 되도록 선심을 베풀었다.

맨해튼에서 빵집을 운영하는 교민 모씨는 "히스패닉계 종업원들로부터 한국이 저렇게 축구를 잘하는 지 몰랐다는 부러움 섞인 말을 듣고 뿌듯했다"며 "국민 모두의 단결과 열화같은 응원이 일궈낸 값진 승리"라고 평했다.

○…브라질과 터키전이 열린 3일 브라질 상파울루 교외의 한 교도소에서 죄수들이 경기 중계를 틈타 탈옥했다고 AP 통신이 보도했다.

통신은 "경기가 시작된 지 30분이 지난 오전 6시30분쯤 17명의 죄수가 터널을 통해 교도소를 빠져 나갔다"고 전했다. 황급히 탈옥자 추적에 나선 경찰은 두 명을 사살하고, 네 명을 체포했다.

통신은 "축구에 열광하는 브라질에선 월드컵 경기가 열리는 동안 학교부터 기업체까지 나라 전체가 마비 상태에 빠진다"고 전했다.

○…3일 한국 심판의 석연찮은 판정으로 페널티킥을 얻어 역전승한 브라질은 승리를 기뻐하면서도 심판 판정에 대해선 비판적 반응을 보여 눈길. 브라질 일간지 '에스트라'는 3일 "감사합니다. 심판님"이라는 제목으로 호외를 내고 "브라질의 승리는 상식을 벗어난 오심으로 시합의 흐름을 바꿔버린 심판 덕분"이라는 터키 감독의 불만을 소개했다. 브라질 방송사 '오 글로보'도 "접전이 예상된 브라질-터키전에 경험없는 심판을 쓴 것은 무책임한 일"이라고 비판했다.

○…터키는 48년 만에 처음 가진 월드컵 경기에서 석연찮은 패배를 당하자 경악과 충격에 휩싸였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하루크 울르소이 터키축구협회 대표는 4일 "50년 전 터키인 1천명이 한국 땅에서 싸우다 죽었는데 어제는 한국인 한 명이 7천만 터키인을 죽였다"고 울분을 터뜨렸다.

그러나 그는 "한국을 사랑하며 이번 일이 양국의 50년 우정을 해치지 않아야 한다고 확신하지만 문제의 심판은 다음 경기에 나와선 안된다"고 비난했다.

○…"독일팀이 골을 넣을 때마다 5%씩 물건값을 깎아주겠다"고 선전했던 독일의 생활용품 체인점인 카이저스 드럭스토어(kd)가 독일의 예선 1차전 대승으로 '즐거운 곤욕'을 치렀다.

지난 1일 독일이 사우디아라비아를 8-0으로 대파하는 바람에 40%의 '왕창세일'을 울며 겨자먹기로 하게 된 것. kd측이 약속대로 사흘간의 세일을 시작한 4일 전독일의 5백여 kd 체인점에는 인파가 몰려 몇시간 만에 진열대가 바닥을 드러냈다.

뉴욕·베를린=신중돈·유재식 특파원, 외신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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