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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대교 버스 추락 참사] 생존자들이 전한 사고 상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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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으악!’ 3일 오후 1시15분쯤 운전 기사의 외마디 비명과 함께 가슴 부푼 여행 길은 참혹한 사고 현장으로 바뀌었다. 인천대교 버스 추락사고의 생존자들은 ‘떠올리기조차 싫은 끔찍한 참사’라고 증언했다.

박장민(28·포항공대 기계공학과 대학원 재학)씨는 캐나다에서 논문을 발표하기 위해 출국할 예정이었다. 경북 포항에서 출발한 지 약 3시간 동안 버스는 예정대로 순조롭게 운행하고 있었다. 톨게이트를 지나고 ‘공항에 다 왔구나’라는 생각이 든 순간, 갑자기 운전 기사의 비명이 들렸다. 이어 버스가 갑자기 오른쪽으로 쏠렸다. 무언가와 충돌하는가 싶더니 공중으로 붕 뜨는 느낌이 들었다.

3일 오후 1시17분쯤 24명을 태우고 인천대교에서 인천공항으로 가던 고속버스가 10m 아래 바닥으로 추락했 다. 인천대교 영종IC 톨게이트를 500여m 지난 지점이었다. [경기일보 제공]

이후 감당할 수 없는 충격이 온몸을 덮쳤다. 잠시 기절하고 얼마쯤 지났을까. 눈을 떠보니 박씨의 몸은 찌그러진 좌석 사이에 끼어 있었다. 버스 안에는 신음 소리로 가득했다. 오른 팔이 움직이지 않았다. 겨우 중앙 통로를 빠져 나와 열려 있는 앞문으로 기어 나왔다.

김순덕(57·여)씨는 “사고가 나기 직전, 앞 좌석에서 ‘어, 어어’라는 소리가 들리는가 싶더니 ‘쾅’하는 소리를 내며 버스가 떨어졌다”고 말했다. 정신을 잃은 그가 눈을 떴을 때, 그의 상반신은 버스 밖으로 나와 있었고, 하반신은 버스의 지붕에 눌려 있었다. 버스 안에서 외손자를 안고 있었지만 상황 파악이 되지 않았다. 다행히 김씨의 외손자 변세환(5)군은 가벼운 상처만 입고 목숨을 건졌다. 외할머니가 온몸으로 감싸 안아 보호한 덕분인 것으로 밝혀졌다. 김씨의 남편이자 세환군의 외할아버지인 설해용(68)씨와 세환군의 어머니 설여진(39)씨는 목숨을 잃었다. 이들은 가족의 돌잔치에 참석하기 위해 영종도에 가는 길이었다.

버스 운전기사인 정석봉(53)씨는 생존했지만 뇌출혈 증세를 보이고 있다. 그는 경찰의 1차 조사에서 “(정차 중이던) 마티즈는 보지 못했다. 운전 중에 탑차가 확 다가와 피하려고 핸들을 꺾었고, 부딪혔다. 이후 기억이 없다”고 진술했다.

최모란·심서현 기자



사상자 명단

▶사망자(12명) 설해용 (68·남), 공영석(51·남), 노정환 (50·남), 임성현(4·여), 임성훈(10·남), 이규범(42·남·재미교포), 설여진(39·여), 고은수(17·여), 임찬호(42·남), 이정애(49·여), 이시형 (46·남), 이현정(39·여)

▶중상자(9명) 정석봉(53·남), 황주연(44·여), 정흥수(48·남), 이화숙(47·여), 김순덕(57·여), 서인국(53·남), 선창규(62·남), 게리 알랜(53·남·미국), 다이아마르(23·여·몽골)

▶경상자(3명) 변세환(5·남), 박장민(28·남), 임성준(7·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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