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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 이메일 받고 24시간 내 답신하는 사장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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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일본의 한 경제전문잡지는 올 2월 삼성 기업 문화의 특징으로 ‘상의하달(上意下達)’과 군대식 분위기를 꼽았다. 하지만 이 분석은 최근 삼성의 변화를 포착하지 못했다. 현재 삼성 기업문화의 최고 키워드는 ‘소통’이다. 임직원과도 소통이고, 세상과도 소통이다. 삼성은 소식을 임직원에게 먼저 알리고 있다. 올 3월 이건희 회장의 복귀 소식은 언론 발표 전에 전 세계 25만 명의 임직원이 이용하는 사내 인트라넷 ‘마이싱글’을 통해 먼저 전해졌다. 5월 말 이 회장과 하워드 스트링거 소니 회장의 회동 장면도 삼성 사내방송을 통해 전달됐다. 당시 외부에 잘 공개하지 않는 이 회장의 집무실 승지원의 전경도 방송됐다.

4월에 삼성은 김용철 변호사가 쓴 책 『삼성을 생각한다』의 주장을 마이싱글을 통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삼성이 침묵을 깨고 세상과 소통하겠다는 신호탄이었다. 과거의 삼성은 논란 확산을 우려해 비난과 비판에 대해서도 공식 반응을 자제했었다. 이후 삼성은 백혈병 발병 논란과 관련된 의혹을 풀기 위해 회사의 심장부인 기흥 반도체 공장을 언론에 공개했다. 대중에게도 문을 열어젖혔다. 그룹 트위터(@samsungin)와 블로그(www.samsungblogs.com)를 통해 실시간으로 삼성의 소식을 전하고 네티즌의 목소리를 듣고 있다.

계열사들도 소통이 화두다. 최고경영진과 직원들의 만남이 부쩍 늘었다. 삼성SDI 최치훈 사장은 직원이 e-메일을 보내면 24시간 안에 답장을 한다. 삼성전자·삼성LED 등은 자체 트위터를 운영 중이다.

소통은 위기감에서 비롯됐다. 소통 부재의 불통(不通)문화는 회사의 주력이 된 젊은 세대들의 사기를 꺾었다. 삼성 관계자는 “자유분방한 20~30대 직원들은 회사 소식을 외부에서 듣게 되는 풍토 때문에 회사와의 단절감을 느꼈고 상명하복의 일방적 문화에 좌절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불통이 글로벌 초일류 기업으로 가는 길을 막고 있다는 점에서도 소통은 절실했다. 회사와 직원, 동료와 상하 간 소통이 이뤄져야 창의적인 생각과 행동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제품과 시장을 찾으려면 고객과의 소통이 절대적인 법이다. 소통은 현장에서 힘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갤럭시S 개발 태스크포스(TF)가 개발과정에서 전 세계 사용자의 피드백을 반영해 제품을 개선한 것이 한 사례다. 삼성은 앞으로 소통을 더욱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삼성 관계자는 “이 회장은 소통에 강력한 의지를 갖고 있다”면서 “소통 통로가 추가되는 등 그룹 차원의 노력이 더 활발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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