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현 세이브 추가 자이언츠전 1이닝 무안타 무실점… 15SP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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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태극 잠수함'김병현(23·사진·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이 시즌 13세이브째를 올렸다.1이닝 무안타 무실점.거칠 것 없는 순항이다.

김병현은 31일(한국시간) 샌프란시스코 팩벨파크에서 벌어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의 원정경기에서 팀이 1-0으로 앞선 9회말 마운드에 올라 안타 없이 볼넷 두개를 허용하며 무실점으로 막아 팀 승리를 지켜냈다.

김병현은 이날 세이브로 시즌 2승 13세이브,방어율 1.72를 기록했다. 다이아몬드백스는 라이벌 자이언츠를 2.5게임차로 앞서며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1위를 질주했다.

결과는 깔끔했지만 과정은 힘든 세이브였다.1점차의 살얼음 리드를 안고 마운드에 오른 김병현은 첫 타자 톰 굿윈을 스트레이트 볼넷으로 출루시킨 뒤 2루 도루를 허용, 무사 2루의 실점 위기에 몰렸다.

후속 데이비드 벨과의 승부가 이날 최대의 고비. 김병현은 벨의 번트가 파울이 돼 볼 카운트 2-0을 잡아냈고 이후 몸쪽 승부로 3루땅볼을 유도했다. 2루주자의 3루진루를 막겠다는 김병현의 의도가 적중한 장면이었다.

그리고 다이아몬드백스 3루수 크레익 카운셀이 벨을 아웃시키기 위해 1루로 송구하는 순간 2루에 있던 굿윈은 자신의 빠른 발을 믿고 3루로 스타트를 끊었다.

이 순간 다이아몬드백스 1루수 마크 그레이스는 벨을 아웃시킨 뒤 침착하게 볼을 3루로 다시 송구, 뛰어오던 굿윈마저 태그아웃시키는 멋진 병살플레이를 연출했다.

수비의 결정적인 도움을 받고 한숨 돌린 김병현은 2사 주자없는 상황에서 배리 본즈와의 승부를 피해 고의 볼넷으로 출루시킨 뒤 후속 제프 켄트를 상대했다. 켄트는 풀카운트 접전 끝에 삼진. 이날 경기의 마지막 장면이었다. 김병현은 이날 세이브 추가로 내셔널리그 구원부문 공동 9위로 올라섰다.

김병현이 지난해 월드시리즈 악몽을 딛고 올시즌 이처럼 쾌조의 성적을 올리고 있는 것은 슬라이더의 비중을 줄이고 체인지업을 늘린 투구패턴의 변화와 경험을 통한 완급조절 능력이 몰라보게 좋아진 덕이다. 그는 단순한 리듬으로 타자를 상대하던 지난해까지와는 달리 올해는 투구 사이의 템포에 변화를 줘가며 타자들의 타이밍을 뺏고 있다.

그러나 시즌 초반 11경기 13과3분의2이닝에서 단 한개밖에 없던 볼넷이 최근 9경기 13과3분의1이닝에서는 9개를 내줄 정도로 늘어난 것은 타자들이 김병현의 투구패턴에 적응,유인구에 말려들지 않고 있다는 증거다. 김병현에게 투구 패턴에 또 다른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 된 것이다.

이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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