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에 농구장까지 '활짝 열린 교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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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 김은호 목사가 교회 갤러리 카페에서 신도들과 어울려 환하게 웃고 있다. 갤러리와 카페를 겸한 이 곳은 미대 학생 등 전시공간을 필요로 하는 지역주민에게 실비로 제공될 계획이다. 박종근 기자

1990년 서울 송파구 방이동의 상가 한 모퉁이를 빌려 목회 활동을 시작한 뒤 교세를 키워 최근 인근 성내동에 지하 4층, 지상 10층짜리 교회를 지어 입당한 오륜교회의 김은호(47) 담임목사. 그는 진작부터 새 교회 건물을 '지역 주민과 청소년을 위한 문화공간'으로 개방하자는 뜻을 교인들에게 밝혀왔다. 그래서 건물 간판도 '오륜교회'가 아니라 '오륜비전센터'로 달았다.

"교회 문턱을 낮춰 많은 사람들이 부담 없이 찾아오게 하려는 뜻입니다. 이름만 바꾼 게 아니에요. 각 층에 지역 주민, 특히 청소년을 위한 시설을 갖춰 무료 또는 실비로 제공하고 있습니다. "

이 교회 건물 1층엔 웨딩홀, 5층엔 도서관과 독서실, 6층엔 갤러리 카페, 10층엔 농구장이 있다. 도서관에서는 신도들이 기증한 2700여권의 책을 무료로 빌려준다. 독서실의 경우 소년.소녀 가장은 무료로, 일반 청소년들은 하루 2000원에 이용할 수 있게 했다.

"지금은 아이들이 농구장을 가장 많이 찾습니다. 겨울이라 바깥에서 뛰어놀기는 추운 모양이에요." 김 목사는 "농구장 바로 아래층에 사무실이 있어 온종일 쿵쿵거리는 소음을 견뎌야 한다"면서도 흐뭇한 표정이다.

2층의 교회 본당 역시 일반적인 예배당이라기보다는 문예회관 대극장 같은 분위기다. 설교대 옆 강단 한켠에는 드럼과 키보드 등 각종 악기까지 구비돼 있다.

"우리 교회는 열린 문화예배를 드리고 있습니다. 록그룹 '봄여름가을겨울'의 멤버인 전태관(드럼)씨 등 신도들로 구성된 연주팀이 찬양의 반주를 맡지요. 설교 전엔 신도들이 만든 극단이 짤막한 연극을 하거나, 무용찬양팀이 공연을 하기도 합니다."

김 목사는 이같은 시도 역시 젊은 세대를 끌어안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갈수록 젊은 세대가 교회에 등을 돌리고 있지 않습니까. 그들의 발길을 잡아끌려면 '죽은 예배'가 아니라 '살아있는 예배'가 돼야죠."

그의 설교에 각종 영상자료와 소품이 빈번히 등장하는 것도 그런 맥락에서다. 죽음에 대해 설교할 땐 드라마 '모래시계'의 주인공 최민수씨의 죽는 연기 장면을 보여주고, 자녀교육에 대해 설교할 땐 야구방망이를 들고 나와 지금 '빗맞은 공(엇나가는 자녀)'이 나중에 '텍사스성 안타'가 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한다.

"이런 노력 덕분인지 우리 교회는 신도들이 젊은 편입니다. 50~60대가 주축인 다른 교회와 달리 30~40대가 주도적으로 교회를 이끌고 있지요."

오륜교회는 31일 송구영신 예배에 앞서 오후 10시부터 지역 주민들을 대거 초청해 뮤지컬 '아름다운 꿈'을 공연할 예정이다. 김 목사는 "젊은 세대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는 목회를 평생의 소명으로 삼겠다"고 말했다.

신예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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