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편 자본금 최소 4000억~5000억 돼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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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방송 정책에 관한 한 최고의 전문성을 인정받아 온 한국방송학회가 2일 종편 선정 관련 토론회를 열었다.

참석자들의 의견은 미세 부분에서 차이가 났지만, ‘콘텐트 경쟁력이 가장 중요하다’는 대원칙은 동일했다. 발제자인 숙명여대 박천일(언론정보학) 교수는 “지상파 방송과 콘텐트, 시청률 경쟁을 할 수 있는 능력 있는 종편 사업자를 선정해야 한다”는 말로 선정 기준을 요약했다. 김현주 방송학회장은 “기존 종편 관련 세미나보다 몇 걸음 더 나간 자리라고 믿는다” 고 말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각계 의견을 참고해 다음 달 종편 선정 기본계획안을 확정한다.

◆“선진 글로벌 기업과 자본 제휴 시 가산점”=박 교수는 이날 종편 심사 때 고려해야 할 다양한 측면을 지적했다. 특히 자본금 규모가 작아선 지상파 위주의 방송시장에서 적응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시청률을 고려할 때 최소 4000억~5000억원은 돼야 한다는 것이다. 역시 발제자로 나온 호서대 변상규(뉴미디어학) 교수도 “어렵게 시작한 신규 채널 사업이 안착하기 위해선 초기 자본금 혹은 자금 동원 능력이 중요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주장했다. 시청자 대표 격으로 토론에 참여한 황선옥 소비자시민모임 이사도 “프로그램을 사다 틀기에 급급하지 않고 콘텐트의 질을 높이려면 자본금 규모가 어느 정도 커야 한다”고 밝혔다.

토론회에선 컨소시엄 구성 방식에 관한 의견도 나왔다. 박 교수는 “선진 글로벌 미디어기업의 제작자본이 참여하는 경우 가산점 부여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종편 사업자는 단일 PP(케이블방송채널 사업자)가 아닌 MPP(케이블방송채널을 여러 개 소유한 사업자)로 사업 다각화 전략을 펼쳐야 한다”는 의견도 내놓았다.

◆콘텐트와 글로벌, 종편 심사 핵심 되나=한국언론학회가 지난달 17일 주최한 종편 세미나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단어는 콘텐트였다. “콘텐트 관련 배점을 전체의 80%까지 높여야 한다”(서울대 윤석민 교수)는 제언까지 나왔었다. 이날 방송학회 주최 토론회에서도 분위기는 같았다. 참석자들은 ‘콘텐트 경쟁력을 갖춘 사업자 선정→방송 콘텐트 시장 활성화→글로벌 미디어 등장’의 선순환 구조로 가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박 교수는 “지상파 방송과 유료방송의 경쟁을 촉진해 글로벌 미디어 기업군으로 방송시장을 개편하는 게 종편 도입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표 참조>

이런 입장은 그간 방통위가 밝혀온 정책방안과 일맥상통하는 것이다. 최시중 방통위원장은 올 3월 “종편 도입은 경쟁력을 갖춘 콘텐트의 제작과 유통을 통해 방송산업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라며 “이런 선순환 구조로의 개선은 글로벌 미디어 기업이 출현하는 토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었다.

방통위 정책방안과 학계 의견이 대체로 일치함에 따라 ‘콘텐트’와 ‘글로벌’이 종편 선정의 핵심 가치가 될 거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사업자 개수는 1개보다 다수가 유리”=박 교수는 이날 “1개 사업자만으로는 기존 지상파 방송의 독과점 구도를 완화할 수 없고 지상파 위세에 눌려 종편의 유명무실화를 초래할 가능성도 있다”며 다수 사업자 구도가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변상규 교수는 “기존 (보도채널) 사업자가 동일한 형태의 사업을 중복적으로 신청하는 경우 배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상복·천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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