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군 “한·미 서해 연합훈련 반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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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중국 인민해방군이 한국·미국의 서해 연합훈련에 반대한다는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혔다.

인민해방군 총참모부 마샤오톈(馬曉天) 부총참모장은 1일 홍콩의 봉황(鳳凰) 위성TV와의 인터뷰에서 “한·미 연합훈련이 중국의 영토와 매우 가까운 서해상에서 실시돼 중국은 분명하게 반대한다”고 말했다. 마 부총참모장은 “한·미의 연합훈련에 대해 우리는 이미 명확히 입장을 밝혔다”고 덧붙였다.

중국은 그간 관영매체들을 통해 한·미 연합훈련에 대한 불만을 간접적으로 내비쳤지만 군 최고위 당국자가 나서 분명히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와 관련해 서방 외신들은 중국의 반발과 압박으로 지난달 실시하려던 서해 한·미 연합훈련이 7월로 연기되고 훈련 규모도 줄어들었다고 보도했었다.

마 부총참모장은 이날 또 로버트 게이츠 미 국방장관의 방중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중국 측은 지난달 초 게이츠 장관의 베이징(北京) 방문을 거부한 바 있어 한 달만의 변화 이유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중국은 지난 1월 미국이 대만에 60억 달러어치의 무기를 수출하겠다고 하자 양국 군 고위급 인사 간의 상호 방문을 포함해 모든 군사교류 중단을 선언했다. 그러나 양국은 지난 5월 24~25일 베이징에서 열린 전략경제대화에서 양국 군 고위급 교류를 다시 활성화하기로 합의했었다.

이에 대해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일 “중국의 태도 변화는 유동적이며 미 국방부가 양자관계를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SCMP는 한·미 연합훈련이 미·중 관계를 변화시킬 수 있다고 진단했다. 미 국방부가 연합훈련에 항공모함을 파견하는 방안을 추진해 양국 군사관계가 더 복잡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 인민해방군은 앞서 지난달 24일 “6월 30일부터 7월 5일까지 저장(浙江)성 동쪽의 동중국해 해상에서 매일 자정부터 오후 6시까지 실탄훈련을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이 훈련은 예년보다 10일 앞당겨져 한·미 연합훈련에 대한 ‘맞불’ 성격이 큰 것으로 평가됐다.

홍콩 명보는 “인민해방군이 훈련 일정을 사전에 밝히는 건 보기 드문 일”이라며 이번 훈련이 한·미 연합훈련을 겨냥한 것임을 시사했다.

한편 해상 군사훈련에 대해 인민일보 자매지 환구시보(環球時報)는 1일자 사설에서 “중국의 해상 군사훈련은 실전 전투력을 키우려는 의도”라며 “외부에 감출 필요 없이 더욱 일상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문은 “중국은 (1979년 베트남과의 전쟁 이후) 31년간 실질적인 전쟁을 경험하지 못했다”며 “대국 중에 이런 경우는 거의 없다”고 분석했다. 이 때문에 중국 군대에는 전쟁 경험자가 거의 없어 전투력을 갉아먹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사설은 “중국이 전례 없는 평화를 누리고 있지만 칼을 녹여 쟁기로 만들 때는 아니라고 밝혔다. 그 근거로 사설은 “대만이 아직 통일되지 않았고 분열세력은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며 “주변 지역은 안정되지 않은 데다 미국과의 군사력 격차는 커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베이징·홍콩=장세정·정용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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