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보호 國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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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난 처음에 독일인들이 아이 대신 개를 낳는 줄 알았지/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개를 갖고 있고/개를 팔에 안고 다니기 때문이야/독일에서 개와 고양이는 제왕처럼 살지…."

독일에서 널리 회자(膾炙)되는 '독일인'이란 시의 일부다. 무스타파 알 하이자이라는 모로코인이 쓴 것으로 교과서에도 나와 있다. 개나 고양이 같은 애완동물을 끔찍이 아끼는 독일인들의 모습이 아랍 출신 이방인에겐 신기했던 모양이다.

독일인들의 개에 대한 애정은 우리가 보기에도 좀 유별난 데가 있다. 시내버스건 식당이건 어디나 개를 데리고 다닌다. 송아지만한 개와 침대에서 함께 자는 사람들도 많다. 아예 한 식구다. 거리에서 구걸하는 거지들까지 개를 데리고 있는 것을 보면 '제 밥벌이도 못하는 주제에…'하는 생각도 든다. 하기야 개가 동정심을 유발해 동냥에 도움을 주는지도 모르겠다.

훈련을 잘 시켰는지, 아니면 사랑을 많이 받아서인지 개들은 참 순한 편이다. 다른 사람들에게 함부로 짖거나 대들지 않는다. 개 주인이 "절대 물지 않으니 안심하라"고 말하지만 그래도 덩치가 큰 놈이 멀뚱멀뚱 쳐다보면 누구나 주눅들게 마련이다.

어쨌든 그 독일인들이 이번엔 동물보호를 아예 국시(國是)로 정했다. 얼마 전 독일 연방하원은 동물보호를 기본법(헌법) 제20조 a항에 추가하는 헌법 개정안을 압도적 다수로 가결했다. "국가는 미래 세대에 대한 책임에서 자연적인 삶의 터전과 '동물'을 보호한다"고 규정한 것이다. 동물의 권리를 헌법에 명시한 것은 유럽에서 독일이 처음이다.

독일의 동물보호, 특히 개에 대한 사랑을 이렇게 설명한 것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인 우리의 개고기 문제 때문이다. 이제 월드컵이 시작되면 다시 한번 개고기를 둘러싼 논란이 일 전망이다. 그렇지 않아도 며칠 전 브리지드 바르도가 우리의 개고기 문화를 또 다시 비난했고, 안양의 한 보신탕집은 프랑스 대표팀을 무료 시식회에 초청하는 등 양측이 전열을 가다듬는 양상이다.

그러나 한가지 분명한 건 아무리 개고기가 몸에 좋고 맛있는 전통 음식이라고 설득해도 그들의 인식을 바꾸기는 어렵다는 점이다. 개를 가족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문화제국주의 어쩌고 해봐야 혐오감만 줄 뿐이다. 손님 불러 놓고 잔치판에 재 뿌리는 개고기 시식회 같은 일은 제발 하지 말자. 개고기 말고도 외국 손님들에게 보여줄 자랑스런 우리 문화가 얼마나 많은가.

유재식 베를린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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