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서울 무대가 폼난다지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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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카네기홀은 빈필하모닉·뮌헨필하모닉·암스테르담 콘서트헤보 등 뉴욕을 방문하는 외국 교향악단뿐만 아니라 미국의 다른 도시에 있는 오케스트라들도 즐겨 찾는 무대다.

올 들어 클리블랜드·피츠버그·샌프란시스코·보스턴 심포니 등이 이 '꿈의 무대'에서 연주했다.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는 올 상반기 매달 한 차례 이상 카네기홀 무대에 섰다.

이들 교향악단이 카네기홀 공연의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미국을 대표하는 공연장이란 상징성 때문이다.

몇해전부터 수도권 도시의 시립 합창단들은 매년 한 차례 이상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공연해왔다.

올해는 성남 시립합창단(28일)을 시작으로 안양(6월 1일)·부천(6월 17일)·수원(9월 12일)·인천(10월 1일)시립합창단의 무대가 이어진다.

서울 무대 진출은 지방 악단에 활력을 불어넣는 좋은 기회다. 피나는 연습을 통해 음악적 기량을 향상시키는 것은 물론 서울에 있는 합창단에 자극을 주는 효과도 있다.

성남시립합창단은 베토벤의'환희의 찬가''합창환상곡', 본 윌리엄스의'평화를 주소서'를, 안양시립합창단은 칼 오르프의'카르미나 부라나'전곡을 프로그램에 넣었다.

하지만 이들 합창단의 공연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지자체의 대외 과시용이라는 오해를 살 소지가 다분히 있다. 피아노 반주에 의한 단독 공연도 아니고 적잖은 예산을 들여 코리안심포니와 인천시립합창단·국립합창단까지 초청한 매머드 공연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단 한 차례의 서울 공연으로 끝나기 때문에 정작 성남과 안양 시민들은 이 좋은 공연을 접할 수 없다. 지난 1일 예술의전당에서 모차르트의'마술피리'를 콘서트 형식으로 연주한 부천시립합창단이 며칠 후 같은 작품을 부천에서 공연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성남과 안양 시민들이 서울까지 와서 공연을 보라는 얘기인가. 아니면 시민들의 문화 수준을 얕잡아 본 결과인가.

서울 무대에서 호평을 받는 것도 중요하지만 시립 예술단체의 본분을 잊어서는 안 될 일이다.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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