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 마케팅 박차 나머지 회사 일단 숨죽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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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월드컵을 앞두고 자동차 회사들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월드컵 공식 후원사인 현대자동차와 로고 사용권을 따낸 기아자동차는 월드컵 마케팅에 열심인 반면 수입차를 비롯한 나머지 회사들은 월드컵 열기를 피하기 위해 신차 발표회 일정을 바꾸기까지 한다.

현대차는 지난해 12월 이후 뉴EF쏘나타·베르나·라비타 등 7개 차종의 월드컵 모델을 내놓았다. 대회가 끝날 때까지만 생산하는 월드컵 모델은 월드컵 엠블렘이나 로고를 자수한 시트를 사양으로 내놓아 소장가치가 높다는 것이 현대측의 설명이다.

또 지난 7일 한·일 월드컵 조직위원회에 자동차 1천53대를 지원하고 국가대표팀에 차량을 기증한 사실을 적극 홍보 중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월드컵 관련 행사가 현대차의 인지도를 높이는 데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기아도 뉴스펙트라·뉴봉고 프론티어의 월드컵 모델을 내놓았다. 24일부터 30일까지 월드컵 개최 도시 10곳에서 기아차를 소유하고 있는 고객을 대상으로 '월드컵 개최 기념 특별점검 서비스'를 펼친다. 소모성 부품을 교환하고 엔진·브레이크 오일 등을 보충해 준다.

현대·기아를 제외한 다른 회사들은 '월드컵'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못하게 되어 있어서 월드컵이 오히려 판매에 걸림돌이 된다고 본다.

대우 관계자는 "월드컵 열기에 묻혀 주목을 끌지 못할 수 있다는 염려에서 소형차 칼로스를 예정보다 앞당겨 지난 2일 출시했다"고 말했다.

수입차들은 월드컵 열기가 정점에 이르는 월드컵 이후로 신차발표회를 미루고 있다. 폴크스바겐을 수입하는 고진 모터 임포트는 2천㏄ 준중형 승용차 '보라(Bora)' 신차 발표회를 6월 중순으로 잡았다가 7월 초로 연기했다.

이 회사 강미선 부장은 "수입차 회사들이 언론과 소비자의 관심이 온통 월드컵에 쏠릴 6월에는 가급적 신차 발표를 하지 않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아우디는 스포츠 유틸리티 차량(SUV) '올로드 쿼트로'의 출시를 7월 중순으로 미뤘다. 벤츠는 6월 초로 예정했던 '뉴SL클래스' 등 세 스포츠카 모델의 신차발표회를 6월 20일 이후로 미룬 상태다.

GM코리아의 경우 지난 22일부터 휴대전화를 이용해 사브·캐딜락 시승을 신청하는 행사를 벌이면서 '월드컵 공식응원'이라는 표현을 썼다가 뒤늦게 취소하느라 법석을 피웠다.

김상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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