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미디언 조정현씨 - 뇌출혈 후 아직 몸 불편 장애인 복지모임 만들어 컴퓨터 무료교육등 펼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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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1면

양 미간을 찌푸린 채 두손을 비틀며 "어쩔 수가 없어~"라는 유행어를 히트시킨 코미디언 조정현(43)씨.

그는 1999년 8월 뇌출혈로 쓰러진 뒤 브라운관에서 사라졌다. 의식 불명 상태에서 뇌수술을 받은 뒤 지루하고 기나긴 투병생활 끝에 건강이 많이 좋아졌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발음이 부정확하고 오른팔을 사용하는 게 불편해 일주일에 한번씩 재활운동을 하고 있다.

요즘 조씨는 8년째 운영해온 정현뷔페 식당으로 매일 아침 출근한다. 사업도 사업이지만 그는 이곳 한편에 마련한 '장애인과 더불어 사는 모임'의 사무실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다. 지난해 6월 결성한 이 모임은 장애인들에게 무료로 컴퓨터를 가르쳐주는 사업에 힘을 쓰고 있다. 장애 1급 판정을 받은 그는 세상의 벽을 실감했고 이를 깨기 위해선 장애인도 배워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장애인…'의 노력으로 현재 구로동의 장애인 정보화 교육장에서 컴퓨터 교육이 한창이다. 생활이 어려운 장애인에게는 쌀 등을 제공하고 있다.

조씨는 "내가 몸이 온전할 때는 몰랐던 것들이 장애인이 되고 나서야 보이기 시작했다. 최선을 다해 장애인들이 스스로 일어설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싶다"고 말했다.

조씨의 식당에서는 매달 한번씩 장애인을 위한 문화공연이 펼쳐진다. 그간 개그맨 김정렬, 가수 홍3트리오, 섹소폰 연주가 서정근씨 등 1백여명이 이곳에서 장애인과 함께 울고 웃었다.

지난 4월 범국민절주운동본부 홍보대사가 된 그는 "돈을 좀더 모아 장애인 복지관을 건립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요즘 장애인 교육생들을 구로동 교육장에서 집까지 데려다줄 수 있는 셔틀버스를 사기 위해 모금운동을 하고 있다.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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