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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가수 잇단 연기 진출 "누이좋고 매부좋다"지만… 가요·드라마 동반 부실 우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9면

드라마와 영화에 인기 가수를 캐스팅하는 바람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요 며칠 새에도 그룹 핑클의 이진, 샤크라의 려원이 드라마 연기자로 나선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그런가 하면 여성댄스 그룹 베이비복스의 간미연('와와'·이하 영화제목)과 주얼리의 보컬리스트 박정아('마들렌')가 새 영화에 캐스팅됐다는 뉴스도 터져나왔다.

가수의 드라마 기용에 불을 댕긴 사람은 장나라다. 제대로 된 검증 과정도 없이 나선 그녀가 뜻밖의 연기력을 과시하면서 스타덤에 오른 것. 이후 핑클의 성유리와 가수 신성우가 드라마에 기용됐고 강타·SES의 유진·신화의 김동완도 이달 말 연기자로 변신할 예정이다. 이밖에 샤크라의 황보, 코요태의 신지 등도 캐스팅 상위 서열에 올라 있다.

영화 쪽에선 '결혼은 미친 짓이다'의 엄정화가 선두 주자다. 5인조 여성그룹 '써클'의 멤버였던 한보람은 '울랄라 씨스터즈'에서 가수 유방희 역을 맡아 화제를 뿌렸다. 이어 소찬휘('미스터 레이디')·임창정('해적,디스코 왕되다')·채정안('런투유')·김민종('패밀리')에 이어 홍경민·김장훈·주영훈('긴급조치 19호')도 곧 스크린에 모습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이는 가수와 방송·영화계의 이해가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우선 단명할 수밖에 없는 댄스가수들로선 연예계에서 다른 '언덕'을 하나 갖는 게 간절하고, 드라마·영화 제작자의 입장에선 한국 영화 붐이 낳은 후유증인 스타 기근을 해결할 수단이 절실한 것이다.

방송사의 한 드라마 PD의 말에서 절박함이 드러난다. "신인이나 지명도가 떨어지는 연기자로 공백을 채울 엄두를 못낸다. 스타를 따라 다니는 요즘 시청 행태 때문이다. 요즘 인기 가수들은 최소한의 연기력에다 대규모 팬 클럽까지 갖고 있어 적격이다. "

가수가 시대적 흐름에 따라 만능 엔터테이너의 길을 간다는 데 이의를 제기할 순 없다. 다만 이 추세가 심화할 경우 가요계와 드라마·영화계의 동반 부실을 초래할 수도 있다는 점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드라마·영화가 자체적으로 연기자를 생산·수혈하는 시스템을 포기한 채 손쉽게 가요계 인적 자산만 넘볼 경우 제 무덤을 파는 일로 귀결될지 모를 일이다.

허의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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