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투공장을 세계적 게임 기업체로 키우고 53년만의 퇴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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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교토(京都)의 조그만 화투제조공장을 세계적인 게임기 업체로 키운 일본 닌텐도의 야마우치 히로시(山內溥·74·사진)사장이 재임 53년 만에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또 하나의 경영 신화가 막을 내리는 것이다.

후임 사장에는 40대 초반의 이와다 사토루(岩田聰·42)이사 겸 경영기획실장이 내정됐다. 그는 이사회 승인을 거쳐 오는 31일 정식으로 취임한다. 최대주주(지분율 약 10%)인 야마우치 사장은 고문으로 남아 회사경영에 관해 조언할 계획이다.

야마우치 사장의 퇴진은 경쟁이 날로 심해지고 있는 게임기 시장에서 닌텐도가 살아남으려면 '신사고(新思考)'를 갖춘 젊은 경영인으로 세대교체를 해야 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세계 게임기 시장은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2, 닌텐도의 게임큐브, 마이크로소프트의 X박스가 치열한 3파전을 벌이고 있다.

야마우치 사장은 지난 24일 기자회견에서 "성공한 사람이 아주 드문 게임 사업에서 능력 이상의 성과를 거둔 점을 영광으로 생각한다"며 "그동안 도와준 분들에게 감사한다"고 말했다.

그는 와세다(早滔田)대 법학부를 다니던 1949년 조부가 갑자기 쓰러지는 바람에 학교를 그만두고 회사를 물려받았다. 화투·트럼프 등을 만드는 중소기업이던 닌텐도는 70년대 오일쇼크로 빚더미에 올라앉았으나 83년 TV에 연결한 전자오락기인 '패밀리 컴퓨터'를 개발, 폭발적인 인기를 얻으면서 우량기업으로 변신했다.

이후 야마우치 사장은 슈퍼마리오·포케몬 등 히트작을 잇따라 내놓으면서 닌텐도를 세계적인 게임기 업체로 키워냈다. 지난해에는 게임 소프트웨어 개발을 지원하기 위해 사재 2백억엔(약 2천억원)을 내놓기도 했다.

도쿄(東京)대 출신인 이와다 사장 내정자는 닌텐도 게임기용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회사에서 사장으로 일하던 중 경영능력을 인정받아 2년 전 닌텐도에 이사로 영입됐다.

주정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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