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 자퇴생 감싸안은 여검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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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폭행 혐의로 검찰에 넘겨진 고등학생을 조사하던 여검사가 딱한 사정을 듣고 생활비까지 보태줘 화제다. 주인공은 서울중앙지검 형사7부 최정숙(37.사진)검사.

그는 친구의 뺨을 때린 혐의(상해)로 송치된 고교 1년생 김모(16)군을 조사한 결과 어머니는 가출했고 아버지가 중국 음식점에서 주방일을 하면서 근근이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최근 김군은 자전거를 타다 뺑소니 사고를 당해 치료비로 300만원 넘게 썼다. 설상가상으로 김군은 2학기 등록금을 내지 못해 학교 측에서 여러 차례 자퇴하라는 말을 들었다. 이런 와중에 지난달 중순 학교 화장실에서 우연히 만난 급우를 홧김에 때려 고막을 터지게 했다. 그 뒤 김군은 자퇴했다.

딱한 사정을 알게 된 최 검사는 초범이고 범행이 우발적인 점 등을 감안, 처벌만이 최선이 아니라고 판단해 23일 김군을 기소유예 처분했다. 또 가족이 빚쟁이를 피해 도망다니느라 말소된 김군의 주민등록번호를 되살려주고 수소문 끝에 경기도의 한 고등학교에 재입학할 수 있도록 주선했다. 최 검사는 등록금과 생활비에 보태 쓰라며 70만원을 건넸다.

김군은 "앞으로 열심히 공부해 검사님의 은혜에 보답하겠다"고 말했다고 검찰 관계자들은 전했다. 이날 최 검사는 기자들의 인터뷰 요청에 한사코 응하지 않았다.

전진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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