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걱정없이 뛰게 해야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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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올림픽에서 월계관을 쓰는 게 꿈인 경기도 고양시 백마고 1학년 박설아(16)양은 이달 초 경기도체전 여고부 8백m와 1천5백m에서 각각 2·3위를 차지해 신이 났다. 짧은 기간에 기록도 부쩍 올라갔다.

어머니와 단칸 셋방에 사는 어려운 형편때문에 올 1월까지만 해도 운동을 그만둘 생각까지 했던 박양이었다.

언니와 자취하는 인천체고 2학년 김희연(17)양도 지난해 3월부터 마음놓고 운동을 할 수 있게 됐다. 김양은 곧바로 국가대표로 선발된 데 이어 최근 안면도에서 열린 고교구간 마라톤대회에선 2개 구간 1등을 차지했다.

이들을 남몰래 돕고 있는 주인공은 '달려라 하니 풀뿌리 마라톤 꿈나무 후원회'.

지난해 1월 서울·일산·과천 등 수도권에 거주하는 아마추어 마라톤 동호인 16명이 인터넷에서 만나 구성한 모임이다.

중·장거리 달리기 전 국가대표인 차한식(과천시체육회 운영과장), 인기 탤런트 박철, 스포츠 영양보충제를 제조하는 파시코의 이윤희 대표, 종가집 설렁탕의 황노영 대표, 런-하이법인 조대연 대표, 세씨라인 박천식 대표, 통일산업컨설팅 전두선 이사 등이 가입한 이 모임은 불우하지만 한국 마라톤의 미래를 짊어질 고교생들에게 힘을 보태고 있다.

건강을 위해 취미삼아 마라톤을 즐기는 이들이 한데 모인 것은 박천식 대표가 인터넷의 각종 마라톤 동호회에 모임결성을 제안하면서부터였다.

박씨는 "우수한 성적을 내는 적지 않은 마라톤 꿈나무들이 어려운 환경때문에 마라토너의 꿈을 접을 위기에 처해 있다는 것이 가슴 아팠다"고 말했다.

회원들은 매월 말 십시일반으로 성금을 모은다. 이렇게 모인 성금으로 지난해 3월부터 이들 두 학생에게 한달 10만~20만원씩 지원하고 있다.

또 정기적으로 만나 격려해주는 일도 잊지 않는다.지난 해에는 인천체고 3년 박경진(현 인천시청 소속)양이 도움을 받았다.

회원들은 이달 말부터는 수도권 지역의 가정 형편이 곤란한 마라톤 꿈나무 2명을 추가로 선발, 이들이 고교를 마칠 때까지 계속 돌봐줄 계획이다.02-661-1030.

전익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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