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몸투시기, 인권 침해 소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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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전신검색장비에 투과된 여성의 몸. [연합뉴스]

국가인권위원회는 30일 국내 공항에 도입될 예정인 ‘전신검색장비(알몸투시기)’가 인권 침해 소지가 크다며 설치 금지를 국토해양부 장관에게 권고했다. 인권위는 “검색장비 설치로 인해 발생하는 공익보다 기본적 인권 침해의 정도와 가능성이 훨씬 크다”고 권고 이유를 밝혔다.

인권위는 결정문에서 “전신검색장비 투과 정도에 따라 여성의 유방이나 남성의 성기 등이 그대로 드러날 수 있어 사생활의 자유를 침해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검색 과정에서 노출되는 전자파·방사능이 인체에 해로울 수 있고 개인정보가 유출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인권위는 개인정보 유출 사례로 영국에서 공항 보안요원이 동료 여직원의 알몸 투시 사진을 찍은 사건과 미국에서 검색장비를 시험하던 중 직원 간의 신체 비하 발언이 폭행으로 불거진 사건을 들었다.

인권위는 또 “보안요원의 자의적 판단이나 특정 국가를 거쳤다는 이유만으로 검색 대상자로 분류될 수 있어 국적과 종교에 따른 차별이 발생할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검색장비가 사생활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큼에도 법률에 근거하지 않고 국토부 고시에 근거해 설치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인권위는 “과거 올림픽이나 APEC 정상회담을 개최할 때도 기존 장비와 보안요원의 노력에 의해 무사히 행사를 치른 경험이 있다”며 “전신검색장비가 테러 예방에 효과가 있거나 기존 검색장비의 성능 제한으로 테러가 발생했다는 합리적인 증거가 없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올해 상반기 중 인천·김포공항 등 주요 국제공항에 전신검색장비를 도입할 계획이다.

강기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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