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그룹 사상 처음 모두 흑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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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경기 호전에 힘입어 상장기업들이 1분기 중 10조원에 가까운 순이익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사상 최대치다.

특히 10대 그룹 중 한진·현대·금호·현대중공업·한화 등이 흑자로 돌아서 사상 처음으로 10대 그룹 모두 흑자를 냈다.

<표 참조>

상장사의 재무구조도 크게 좋아졌다. 그러나 벤처기업은 전반적으로 부진을 면치 못했다.

◇상장사 실적 대폭 개선=16일 증권거래소에 따르면 12월 결산 상장사 5백30개는 1분기 중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백67% 늘어난 9조9천9백18억원의 순이익을 올렸다.

이는 연간 기준으로 사상 최대 순이익을 기록한 1999년의 8조9천6백14억원보다 1조원 가량 많은 금액이다.

또 분기 기준으로 종전 최고치였던 2000년 1분기 순익 17조2백79억원에는 못 미치지만 당시 순이익에 포함된 ㈜대우의 채무면제이익 9조1백27억원을 제외하면 사실상 최대다.

당시 대우는 9조원이 넘는 채무를 면제받은 덕분에 7조9천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지만, 채무 면제이익을 빼면 사실상 1조1천1백27억원의 적자를 봤다.

순이익은 이처럼 크게 증가했지만 매출액은 오히려 소폭 감소했다. 상장사 전체 매출액은 1백25조5천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에 비해 2.4% 줄었다.

영업이익은 11조1천4백82억원으로 2.3%, 경상이익은 11조5천1백89억원으로 1백10% 늘어났다.

순이익은 삼성전자가 1조9천53억원으로 가장 많았으며 순손실은 한진해운이 2백64억원으로 가장 컸다.

또 지난해 1분기에 적자를 냈던 1백46개사 중 97개사가 흑자로 돌아서 상장사 전체 수익구조가 크게 나아졌다.

순이익 증가세가 이처럼 두드러진 것은 부채 감소와 저금리로 인한 이자지급 비용 감소, 유가 증권 처분이익 등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상장사 전체의 부채비율은 2001년 1분기의 1백56%에서 올 1분기엔 1백22%로 34%포인트 감소했다.

업종별로도 전 업종이 흑자를 냈다. 특히 내수 경기 호조에 힘입어 섬유의복(순이익 9백13% 증가)·건설업(5백17%)·유통(4백54%) 등의 이익 신장률이 두드러졌다.

◇등록사 실적 차별화=업체별로 실적의 편차가 매우 심했다. 12월 결산 기업 4백90개사의 전체 순이익은 8천7백22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백31%나 늘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수익성이 크게 좋아진 것 같지만 순이익 상위 5개 기업이 이중 71%인 6천2백4억원을 차지했다.

즉 기업은행(2천2백50억원)·KTF(1천6천98억원)·국민카드(1천4백44억원)·LG텔레콤(4백28억원)·휴맥스(3백84억원)를 제외하고는 뚜렷한 실적을 내지 못했다는 얘기다.

실제 전체 기업 중 순이익이 좋아진 기업은 48%인 2백37개사였으며 절반이 넘는 2백53개사(52%)는 설적이 오히려 악화됐다.

특히 벤처기업들의 경우 외형은 늘었으나 수익은 변변치 않았다. 일반기업들은 1천원어치를 팔아 52원을 벌어들인 반면 벤처기업들은 36원의 수익을 올리는데 그쳤다.

업종별로는 내수 우량종목 중에선 은행·홈쇼핑·통신서비스 업체의 실적개선이 두드러졌고 수출 관련주 중에선 셋톱박스·휴대폰·DVD 등 디지털 기기 관련업체들의 실적이 크게 좋아졌다.

종목별로는 KTF가 올 1분기 중 1조3천3백22억원의 매출을 올려 기업은행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이희성·김현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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