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가운 사람냄새의 반가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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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5면

스물네살의 처녀 심소영씨. 빌딩숲 그늘에 가려 어깨를 웅크리듯 들어앉은 쪽방촌에서 그녀는 '어린 언니'로 통한다. 새내기 사회복지사로 대학을 마치자마자 쪽방촌을 자원한 그녀는 골목을 누비며 밑반찬을 돌리고 외로운 아이들의 말벗이 돼준다. 쪽방촌에 온 지 세달째, 외부인을 배척하는 분위기에서 그녀는 어느새 한 가족이 됐다.

지극히 평범하면서도 또한 특별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 그 사람들의 이야기와 모습을 6㎜ 카메라와 흑백 사진에 담은 MBC '포토 에세이-사람'이 잔잔한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쪽방촌에서 사회복지사로 일하는 심소영씨는 1백회째 주인공이다.

'포토 에세이'의 주인공은 이렇듯 우리 이웃과 같은 평범한 사람들이다. 고집스럽게 평생을 바쳐 나무인형을 만들어 온 할아버지, 수묵화를 그리는 포장마차 주인, 가난한 사람의 눈 수술비 마련을 위해 폐지를 모으는 환경미화원, 숨어있는 땅을 찾아 전국을 누비는 오지탐사 전문가 박노일(사진)씨 등 99명 주인공들의 면면은 다채롭다.

'포토 에세이'는 흑백 사진과 동영상이 결합한 특이한 형식의 미니 다큐멘터리다. 6분이라는 짧은 시간에다 방송시간(오전 10시50분)마저 처지지만 보는 사람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안겨준다. 촬영팀과 함께 현장을 누비는 전문 사진작가들은 주름진 얼굴·해맑은 웃음 등 꾸며지지 않은 모습을 사진에 담기 위해 몇날며칠을 이들과 함께 생활하고 얘기를 나눈다. 주인공 한사람당 흑백 사진 5백여장을 찍을 정도로 열정도 남다르다.

오주환 PD는 "주인공들이 카메라를 낯설어 하기 때문에 며칠간 같이 생활하며 친숙해진 후 촬영에 임한다"며 "내세울 것은 없지만 소신있게 살아가는 이들의 모습을 통해 사람 냄새를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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