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글속 펼쳐진 '동굴 파노라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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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1면

쳇바퀴 돌듯 판에 박힌 일상에 지칠때면 가끔씩 문명(文明)에서 탈출하고 싶은 유혹을 느끼게 된다. 말레이시아 사라와크주 북서쪽에 위치한 물루 국립공원은 회색빛 빌딩보다 울창한 밀림이, 아스팔트보다 흙냄새 풀풀나는 비포장 길이 전부인 때묻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자랑한다.

◇동굴의 천국=물루 국립공원의 동굴은 6천만년 전 형성된 것으로 웅장한 규모는 상상을 초월한다. 대부분이 석회암으로 이뤄진 수평동굴인 것이 특징이다.

사라와크 쳄버는 세계에서 가장 큰 자연동굴로 보잉 747 여객기 40여대를 한꺼번에 수용할 수 있을 정도라고 한다. 이밖에 클리어워터 동굴 등 20개가 곳곳에 퍼져 있다.

정글을 파헤쳐 만든 길을 따라 한시간 정도 트레킹을 하면 디어 동굴·랑스 동굴이 한눈에 들어온다. 길이 2.16㎞, 천장 높이가 90m인 디어 동굴에는 수만마리의 박쥐가 군집생활을 한다.

이들이 해질 무렵 먹이를 찾아 동굴 밖으로 나오면서 연출하는 '박쥐 군무'는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수백m가 넘는 허리띠가 하늘에 펼쳐진 것 처럼 일렬로 늘어선 박쥐들이 바람에 흔들리듯 날아다니는 모습은 관광객의 시선을 붙잡는다.

동굴 남쪽 입구에 있는 '링컨 대통령의 얼굴'도 호기심을 자극한다. 어떤 위치에서 보아도 입구 부근의 바위들이 겹쳐 마치 링컨 대통령의 얼굴 옆모습처럼 보인다.

랑스 동굴은 디어 동굴보다 규모는 훨씬 작지만 석순·종유석·석주가 다양한 조각품처럼 어우러져 석회동굴의 빼어난 아름다움을 자랑한다. 동굴마다 조명과 함께 잘 표시된 통로, 그리고 설명문까지 마련돼 있어 관람에 불편함이 없다.

◇산악 등반·정글 트레킹=물루 국립공원의 정상인 구눙 물루는 정상까지 긴 오르막 길을 올라야 하는 사암으로 이뤄진 산(2천5백67m)이다. 현지 가이드는 "쉬지 않고 올라가면 모르지만, 대략 나흘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원시 정글과 습지대, 3월에는 화사한 색상의 진달래 덤불을 만날 수 있으며, 정상에 서면 거대한 석회암 돌부리와 맞닥뜨리게 된다.

트레킹하면 당연히 험한 길을 땀 빼고 걷는 것으로 생각하게 된다. 그러나 물루 국립공원의 트레킹 코스는 바닥을 나무로 깔아놓아 쾌적하게 트레킹을 즐길 수 있다. 트레킹 코스 주변은 다소 미끄러운 편이어서 수축력이 좋고 발목을 적절히 보호해주는 신발을 착용하는 것이 좋다.

◇여행 쪽지=말레이시아는 북위 7도에 위치해 있으며 1년 내내 덥고 습한 열대기후가 계속된다. 10~3월이 우기로 기온이 낮고 비가 많아 도로가 차단되는 곳도 있다. 인천공항에서 코타키나발루까지 매주 금요일 오전 11시 30분 말레이시아항공(02-777-7761)이 출발하며 네시간이 소요된다.

코타키나발루 공항에서 국내선으로 갈아타고 한시간을 더 가면 미리공항에 도착한다. 이곳에서 물루로 하루 세번 운항하는 경비행기가 45분 후 국립공원에 내려준다. 경비행기 비용은 왕복 12만원. 물루 국립공원 정글의 한가운데 자리잡은 로열 물루 리조트는 1백88개의 객실과 수영장·낚시터 등 휴양시설을 갖추고 있다. 크라이머가 도전할 만한 암벽코스도 있다.문의:말레이시아 서울관광청(02-779-4422·www.mtpb.co.kr).

사라와크(말레이시아)=전승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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