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국회 정상화 합의했지만 진통 예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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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지도부가 4대 입법을 '합의 처리'하자는 원칙에 합의함에 따라 22일 부터 임시국회가 정상화 될 예정이다. 그러나 입법안 협의 과정에서 서로의 차이가 커 합의처리가 될 지는 아직 미지수다. 특히 최대 쟁점 법안인 국가보안법의 연내 합의도출 가능성은 양측 입장차이가 워낙 커 진통이 예상된다.

여야 지도부는 23일 오전 '4자회담'을 다시 열어 국가보안법 처리 문제에 대한 협상에 착수하는 등 전날 합의사항 이행을 위해 속도를 낼 예정이다.

열린우리당의 당론은 국보법을 폐지하되, 안보공백이 예상되는 부분은 형법의 내란죄를 강화하자는 게 요체다. 반면 한나라당의 당론은 국보법의 독소조항들을 개선하되, 국보법의 틀 자체는 유지시키자는 주장이다.

양당의 주장을 종합해 보면 반(反)인권적이라는 이유로 가장 큰 비판을 받아온 불고지죄 조항(10조)에 대해서는 여야 모두 보완없이 삭제하자는 입장이고, 헌법이 보장하는 사상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지적을 받아온 찬양.고무죄(7조)에 대해서도 의견접근을 볼 가능성이 있다.

또 한나라당 박근혜(朴槿惠) 대표가 22일 오전 의원총회에서 잠입탈출(6조) 회합.통신(8조) 등 기존에 입장을 밝히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도 '전향적인' 입장을 제시할 것으로 알려져 국보법 접점의 외연은 그만큼 넓어지게 되는 셈이다.

그러나 여야가 본격적으로 국보법 개폐 논의에 착수한다 하더라도 상당한 진통이 따를 것이라는 관측이 일단 우세하다.

양당의 당론이 각각 국보법 폐지와 국보법 존치라는 전혀 다른 출발점에서 마련됐기 때문에 어느 한 쪽이 기존 입장에서 완전히 돌아서지 않는 한 '무승부'가 없는 게임이 되기 때문이다.

여당 내 재야 및 운동권 출신이 중심이 된 강경파는 국보법 연내폐지 주장을 고수하면서 야야 지도부의 4자회담 합의문 내용에 강한 불만을 표시하고 있고, 한나라당은 절대 다수가 개정론을 주장하고 있다.

열린우리당 이종걸(李鍾杰)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합의 처리' 원칙에 대해 "표결처리를 하지 않는게 원칙이지만 원칙이 바뀌는 불가피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며 "원칙이 지켜질 수 없는 상황에서는 표결처리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여당 지도부가 국보법 논의의 진척을 보지 못할 경우에는 표결처리를 강행할 것이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국보법 개폐논의가 상임위가 아닌 4자 회담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합의 도출 가능성을 끝까지 배제할 수는 없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4자 회담은 여야 지도부가 직접 참가하는 형식이기 때문에 정치력을 발휘할 여지가 상당히 넓어졌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열린우리당 이부영(李富榮) 의장은 "우리 당론인 폐지 및 형법보완론과 한나라당의 개정론 사이의 간극이 너무 크다"면서도 "얼마만큼 간극을 줄일 수 있는지에 대해 깊은 신뢰를 갖고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보법 개폐문제에 대한 여야의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될 경우 주목해야 할 것은 '안정적 개혁을 위한 의원모임(안개모)'로 대표되는 여당 내 중도성향 의원들의 움직임이다.

다른 법안에 대해서도 야당의 입장은 강경론이 우세하다.

한나라당은 22일 "열린우리당이 현재까지 행정자치위에서 단독으로 진행한 '진실규명과 화해를 위한 기본법(과거사기본법)'의 심의는 원천무효"라며 "원점에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회 행정자치위의 한나라당 간사인 이인기(李仁基)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열린우리당이 여야간 의사일정 합의도 없이 법안심사소위와 공청회를 개최, 다수의 힘으로 과거사법의 단독 처리를 강행하고 있다"며 "교육위에 계류중인 한나라당의 '현대사조사ㆍ연구를 위한 기본법안'과 함께 심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또 "조사위원 전원을 대통령이 임명토록 한 것은 야당의 조사위 구성권 참여를 배제하려는 의도"라며 "헌법상 복수정당제와 평등원칙을 위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 의원은 "법관이 아닌 조사위원장이 동행명령장을 발부토록 한 것은 영장주의 등을 위반한 것이며, 조사위에 영장청구권 및 수사의뢰권을 준 것은 형벌불소급의 원칙을 위배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여야 지도부간 열린 '4자회담'의 정신은 쟁점법안에 대한 합의처리"라며 "여당의 단독 처리는 즉시 중단돼야 한다"고 거듭 주장했다.

여야의 이런 입장차이와는 별도로 민주당은 6자회담론을 들고 나왔다.

민주당 장전형(張全亨) 대변인은 22일 여야 '4자 회담' 합의와 관련,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 지도부가 국회 파행사태를 일단 마감한 것은 다행"이라면서 "양당은 그동안 국민을 볼모삼아 국회를 파행시킨 데 대해 국민앞에 사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은 자신들이 궁할 때만 '개혁입법을 함께 처리하겠다'(열린우리당), '야권공조를 하겠다'(한나라당)고 해서는 안된다"며 "앞으로 4대 법안과 민생경제법안 처리를 위한 논의는 민주노동당과 민주당의 원내대표도 참여하는 6자 회담 형식이 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디지털뉴스센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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