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좋은 학교'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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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최근 우리 학교교육의 부실이 커다란 사회문제로 부각했다. 수업과 생활지도가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는 위기 상황을 접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오늘날 우리 학교교육에 대해 우려하고, 실망하고, 우리 학교를 떠나 외국 유학을 택하기도 했다.

인성·지식교육의 조화

그런데 이러한 우리 교육의 현실에서도 '좋은 학교'를 찾을 수 있고, 이 좋은 학교들에서 우리는 한국 교육의 희망을 본다. 최근 중앙일보가 10회에 걸쳐 다룬 '한국 교육, 희망의 현장' 시리즈도 같은 맥락이라 할 수 있다.

지난해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학교교육 내실화 방안 연구'의 일환으로 우리나라에서 좋은 교육 실천을 보이고 있는 학교들을 선정하고, 그 실천 사례들을 발표한 바 있다. '좋은 학교'란 교육적으로 바람직한 좋은 교육 실천을 보이는 학교로서 학교교육의 본령인 인성교육과 지식교육이 효과적으로 이뤄지는 학교를 말한다. 학교교육의 결과 학생 개개인에게 의미있는 성장이 이뤄지고, 교사와 학부모 등 학교공동체 구성원들의 학교교육에 대한 만족도가 높은 학교를 말한다. 좋은 학교의 구체적 모습은 학교마다 다르다. 좋은 학교들은 각 학교가 처한 상황과 학생들의 요구를 충분히 반영해 다양한 교육 실천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런 기준으로 선정한 좋은 학교는 열린교육의 방법을 꾸준히 실천하고 정착시켜 수업을 내실화해온 서울의 영훈중, 사교육이 범람하는 부유한 환경에서 자라 공동체의식이 부족한 학생들에게 체험 위주의 인성교육 프로그램을 알차게 운영해 학교교육에 대한 신뢰를 높여가는 서울의 청담중, 자율적인 학습 방법을 중심으로 한 학생 중심 교육으로 높은 학업 성취를 보이고 있는 제주 대기고, 그리고 인성교육과 지식교육을 결합해 효과적으로 실시하고 있는 논산대건고 등이었다.

지금까지 우리 학교교육의 모델을 제시하는 방식은 선진국의 사례를 벤치마킹하거나 교육학 이론에서 연역해내는 형태가 주가 됐다. 그러나 이러한 방안들은 현실적 적합성이 낮아 우리 학교 현장에 자리잡지 못하고 정책적 구호에 그치는 경우가 많았다. 따라서 현 시점에서는 우리 교육 현실 속에서 자생하고 있는 좋은 교육 실천 사례들을 발굴하고, 그 특징을 부각하며, 이를 확산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그 점에서 지난해 선정한 좋은 학교들은 우리의 학교들이 본받아야 할 모범인 셈이다.

좋은 학교들은 첫째, 학교교육 운영의 중점이 뚜렷하며, 학교 구성원들이 이를 분명하게 알고 있다. 둘째, 교장의 교육적 지도력이 탁월하고, 교사를 비롯한 학교 구성원들이 이에 협력한다. 셋째, 교사들이 학교 자체 연수를 하는 등 자신의 전문적 자질을 제고시킬 수 있는 기회와 동기를 부여한다. 넷째, 수업과 인성교육을 위한 자료와 방법들을 공동으로 연구 개발한다. 다섯째, 학교와 수업을 공개하고, 학교 공동체 구성원들간의 의사소통이 원활하다. 이러한 특징들을 보면, 좋은 학교를 만드는 가장 중요한 요인은 바로 학교 공동체 구성원들의 합심된 노력이라고 할 수 있다. 학교장의 리더십과 이를 구체화하려는 교사들의 실천, 그리고 학부모와 학생들의 학교와 교사에 대한 신뢰가 합해져 '좋은 학교'라는 작품을 만들어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학교 구성원 힘 합쳐야

따라서 앞으로 정부는 단위학교별로 학교교육 개선을 위한 긍정적 풍토를 조성해 나가도록 자율성을 확대하고, 교육활동에 필요한 충분한 지원을 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미국의 교육부가 '블루리본 스쿨'을 선정하듯이 우리나라도 매년 국가 수준에서 좋은 학교를 엄선해 포상하고 그 실천 사례를 지속적으로 홍보하고 전파하는 제도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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